[사설] (24일자) 정계개편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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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가까운 개혁성향 의원들이 "이번 대선은 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이 아니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는 국민의 승리"라고 주장,당내 인적 청산과 당의 발전적 해체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본격적인 정계개편이 사실상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노 당선자가 이들의 움직임에 대해 지지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나라당 역시 대선 패배에 대한 인책요구에 따라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만큼 어쩌면 기존 정당구도 자체를 거의 전면적으로 바꾸는 대대적인 정계개편이 이루어질 공산도 배제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요청이다.
낡은 정치의 개혁을 내건 노 후보의 당선도 그래서 나타난 결과라고도 풀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가시화되고 있는 정계개편 움직임에 대해 기대와 함께 우려 또한 갖지 않을 수 없다.
정계개편 과정에서 정치권내 갈등이 증폭되고 그것이 결국 정치불안으로 이어져 경제에 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국회 다수의석 확보를 위한 의원 빼가기로 여야 갈등이 증폭돼 대통령의 첫 인사인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처리 때부터 국회가 파행을 시작,5년 내내 '민생을 외면하는 꼴'을 연출했던 경험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노 당선자가 "인위적인 개편,인적인 청산은 없다"고 말했지만 정계개편의 폭과 파장은 아직 불확실하고 그 과정에서 자칫 정치권 전체가 질서를 잃고 흔들릴 가능성 또한 없다고만 하기 어렵다.
특히 대선 과정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장외세력들이 정계개편 과정에 개입하게 되거나 스스로 정치집단화하는 상황이 나타난다면 정치는 예기치 못한 급격한 소용돌이를 맞게 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총선거가 1년여밖에 남지 않아 정계개편이 각 정파의 경쟁적인 포퓰리즘적 성향을 부추길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게 될 경우 주5일 근무제,도하 아젠다,노동시장 유연성 확보 등 허다한 경제과제들은 심각하게 왜곡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노 당선자가 새정부 조각(組閣) 원칙으로 '개혁 대통령과 안정형 국무총리'를 언급한 것도 정계개편 과정에서 갈등이 증폭돼 국정공백이 빚어지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 국민이 바라는 것도 정치적 갈등으로 인한 충격이 없는 정계개편이라는 점을 양당은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정치안정이 경제안정의 조건이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