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對北 원칙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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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대북 인식에 대한 평가를 듣기 위해 접촉한 워싱턴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작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방미 시점이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결정하기도 전에 김 대통령이 서둘러 찾아오는 바람에 당시 정상회담은 실패로 끝났다는게 그들의 주장이다.
부시 대통령은 회담 말미에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며 '악의 축'에 버금가는 표현을 쓰는 바람에 정상회담장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당시 워싱턴은 김 대통령의 방미가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였습니다. 부시 대통령이 대북 정책을 정하지도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올 필요가 없었다는 거죠."
미 국제경제연구소의 북한 전문가인 마커스 놀란드 연구위원은 당시의 분위기를 이같이 되살렸다.
김 대통령은 미리 우리 입장을 전달하는게 현명하다고 판단했을지 모르지만, 결과는 부시의 생각을 간파하지 못한 외교라인의 실수로 기록됐다.
이제 관심은 노 당선자의 방미에 쏠려 있다.
노 당선자가 부시 대통령의 방미 초청을 수락, 정상회담은 택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외교적 압박과 경제적 고립이라는 확고한 원칙을 세웠습니다. 부시 행정부는 북한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그같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노 당선자 진영의 대북 인식입니다. 선거캠페인 과정에서 표명한 '한.미간 대등 입장'을 어떻게 실천할 것인지, 북한이 대미 강경방침을 고수할 경우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할 사안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두 정상이 만나기 전, 노 당선자 진영이 정교하면서도 분명한 입장을 정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또다른 외교 실패를 초래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조만간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는 소식이다.
노 당선자 진영은 '후보 노무현'이 아닌 능소능대한 '대통령 노무현'으로서 미국을 맞을 준비가 돼 있는지 궁금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