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양바이오테크의 서정원 대표(47)는 5가지 직업을 가졌다. △사장 △미화원 △교수 △학생 △강사 등이 그의 직업이다. 그는 수처리업체 사장이면서도 틈만 나면 폐수처리장을 찾아 청소부가 된다. 신흥대학 환경학과 교수인 그는 단국대 박사과정 학생이다. 전국기업연수원의 강사이기도 하다. 서 대표는 스스로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쁜 사나이"라고 얘기한다. 이렇게 바쁜 서 대표가 갑자기 15년간 경영해온 수처리업체인 대양바이오테크를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내달 4일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대표이사 자리도 박종운 부사장에게 넘겨주고 새너제이주립대학에서 국제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훌쩍 떠난다. 박 부사장에게 주식도 30% 양도했다. 이렇게 갑자기 유학을 떠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첫째 국제적인 경영기법을 배우고 둘째 더 인간적인 새 출발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서 대표야말로 이미 국제화돼 있는 기업인이다. 인도네시아에 40개 국립병원수처리장을 가동시켰으며 싱가포르 셀리타수처리장,북한 KEDO현장 수처리시설 등을 가동했다. 오스트레일리아 테임즈워터사와도 제휴협약을 맺고 곧 이 지역에도 진출한다. 일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고 영어도 꽤 잘한다. 그런 그가 국제경영기법을 더 배우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인간적인' 새 출발을 하겠다는 다짐은 여러 사람들을 부끄럽게 만든다. 서 대표는 그렇게 많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일요일이면 꼭 서울 상계동에 있는 서울시립요양원을 찾아 4년째 봉사활동을 해왔다. 아침 5시에 일어나 부인과 아들(중2),딸(중1) 등과 함께 요양원에 가서 70명에 이르는 병든 노인들에게 아침밥을 퍼서 일일이 떠드리고 목욕을 시켜주곤 한 것이다. 신흥대학에서 그는 1시간 강의를 하는데 2시간 정도 준비를 하지 않으면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교수였다. 내년 2월 단국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는 그는 연구소에서 △질소제거촉진제 △미생물처리제 △토양개량제 △미생물농약 등을 연구하는 연구원들과 새벽까지 함께 실험에 열중하곤 했다. 이미 국제화되고 남보다 더 인간적인 그가 또 다시 공부를 하겠다며 미국으로 떠나는 것은 다른 기업인들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출국에 앞서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서울시립양로원(02-939-6176)에서 일요일 아침에 봉사할 후임자를 끝내 구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물질로 봉사하는 사람들은 많지만 공휴일에 시간을 내서 뇌졸중 등으로 고생하는 노인들을 정기적으로 보살피겠다는 사람은 드물기 때문이다. 대양바이오테크는 하수종말처리장의 시운전 및 컨설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다. 국내에서는 인천국제공항 배후단지 하수처리장 시운전 등 굵직한 사업을 수행해왔다. 지난 88년 자본금 3억5천만원으로 설립됐으며 직원은 39명이다. 올해 수주액 42억원,매출 29억원을 각각 올렸다. (031)552-0825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