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동 전문기자의 '유통 나들목'] 유통업계 2.3세 경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현대백화점 그룹이 최근 실질적인 오너 경영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에서 '빅3'로 불리는 롯데 신세계 현대의 2,3세 오너 경영인들에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지난 18일 현대백화점 기획관리담당 정지선 부사장(30)을 그룹 총괄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신임 정 부회장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몽근 현대백화점 회장의 장남이다.
정 회장이 경영에 깊숙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3세에 의한 오너 경영이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은 또 하원만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올 1월 당시 정지선 이사가 부사장으로 3계단 특진할 때 전무로 승진했던 김태석 지원본부장과 경청호 기획실장도 불과 1년 만에 동시에 부사장이 됐다.
20년 가까운 전문경영체제에서 오너경영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젊은 3세 경영인 측근에 맘맞는 인사들을 전진 배치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통업계는 지금 현대백화점 그룹의 3세 경영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특히 2,3세가 경영 수업 중인 롯데와 신세계의 눈길이 예사롭지 않다.
현대백화점의 성패에 따라 오너 경영의 장점이나 폐해가 일반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롯데에서는 신동빈 부회장(47·신격호 회장의 차남)이,신세계에서는 정용진 부사장(34·이명희 회장의 장남)이 경영수업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95년 경영에 참여해 7년간 유통업에 관해 배웠다.
이들은 지나칠 정도로 몸을 낮춘다는 점에서도 닮았다.
그래서인지 성급하게 오너 경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빅3가 이끌어가는 한국 유통시장에서 현대백화점의 오너 경영은 경쟁업체들에도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물론 오너 경영의 성패를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본 유통업계에서는 오너 경영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은 참고할 만하다.
메이저 유통업체 다이에와 이토요카도의 사례는 대조적이다.
다이에는 창업자 나카우치 이사오(80)의 장남 나카우치 준(47)이 2인자로 10년간 군림하면서 몰락의 늪으로 빠졌다.
구제금융에 의존해야 하는 신세가 된 것.
반면 이토요카도는 경영 자질이 부족한 것으로 판명된 창업자의 장남 이토 야스히사 전무(49)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체제를 고수함으로써 유통시장의 격랑을 꿋꿋히 헤쳐나가고 있다.
우리에겐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