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실패'의 위기에 빠진 공적연금 제도의 해결책은 '시장'에 있다. 한국경제신문이 새 정부에 던지는 네번째 화두(話頭)다. 전문가들은 향후 20~30년 내에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사학연금 국민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고 있다. 지난 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아직 시행 초기여서 적립금이 축적되고 있지만 고령화의 빠른 진행에 따라 2048년에는 기금 고갈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4대 연금의 부실은 그 짐이 고스란히 정부 재정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어 언제 우리 경제를 또 한바탕 뒤흔들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꼽힌다. 연금제도가 파탄 위기에 몰린 원인은 한마디로 '저(低)부담.고(高)급여'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한 문제는 국가가 전적으로 수습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만큼 '시장 시스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한다. ◆ 시장형 연금제도의 필요성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선거기간 중 방송 토론회에서 "(국민과 일정수준을 보장키로 약속한) 연금지급액을 깎는 것은 곤란하다. '연금'은 '용돈'과 다르다. 적어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의 평균 수준(퇴직 당시 평균 급여의 55%선)은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는 현행 연금제도의 문제점은 5년마다 한번씩 보험료율과 지급률을 조정할 수 있는 재정 재계산제도를 활용해 보완할 것이라는 대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40년 가입기준으로 평균 임금액의 60%를 보상해 주는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율은 현재의 두 배인 18%에 이른다. 30∼40년 후의 연금 수급액보다 당장 월급에서 공제되는 돈이 두 배로 늘어나는 것에 대한 저항은 불을 보듯 뻔하다. ◆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는 연금시장 이같은 상황에 대한 해법으로 전문가들은 '시장 원리를 도입해야 한다'는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우선 연금제도는 현재의 단일구조를 이중구조로 개편해야 한다. 기존 국민연금 구조를 최소한의 노후 보장이 가능한 기초연금과 소득에 따라 납부액을 달리하는 소득비례연금으로 이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초연금은 재정에서 일정한 금액을 지원, 소득재분배 효과를 추구하고 실질적인 소득보장을 받을 수 있는 소득비례연금은 완전적립식을 도입함으로써 재정건전성 확보와 국민 복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얘기다. ◆ 민간의료보험의 점진적 도입 현재 건강보험체계는 '저보장 저급여'에 따른 국민적 불만과 재정적자라는 두가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민간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선택을 자유롭게 해 완전한 경쟁관계를 갖도록 하는 '대체형' 방식을 도입한 국가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은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접근 방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모든 국민의 국민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되 공적보험은 기초 의료서비스만 제공하고 다른 의료서비스는 민간 의료보험을 통해 해결토록 하는 '보충형' 방식이 적합하다는 것이다. ◆ 공공부조는 '워크페어' 개념으로 기초생활보장 제도와 같은 사회빈곤층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하겠지만 미국과 유럽 각국의 예에서 보듯 자칫 빈곤계층으로 하여금 정부 의존체질을 높이는 '빈곤의 함정'에 빠지게끔 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최저생계비 지원 대상자들에게 최소한의 공공 근로기회를 제공, 자활 의욕을 높이도록 하는 미국식 '워크페어(workfare)'가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