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은 증권업계에 구조조정 서막이 열린 한 해였다. 굿모닝증권과 신한증권이 합병한 굿모닝신한증권이 지난 8월 출범했다. 건설증권은 국내증권사로선 처음으로 자진 청산방침을 결정, 증권가에 화제를 뿌렸다. 건설증권의 자진 청산방침은 중소형 증권사의 변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줬다. 노무현 정권이 출범하는 내년에는 증권업계 빅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금융당국도 대형증권사와 특화된 중소형사 육성을 겨냥한 감독정책을 거듭 밝히고 있다. 현대증권 등 현대 금융 3사와 대우증권 매각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카슈랑스 도입 등을 계기로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 3대축의 영역이 허물어질 2003년의 급변화 물결은 이미 시작된 셈이다. 2002년 증권가를 움직인 사람과 제도변화 등을 시리즈형태로 엮어본다. ----------------------------------------------------------------- ◆ 리딩컴퍼니와 전문화 =증권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증권업계의 수익성 악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증권사의 영업수지율은 최근 3년 연속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평균 영업수지율은 1백20.1%로 95년(1백29.0%)에도 못 미치고 있다. 거래대금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수료율 인하, 전산 및 마케팅 등 투자비용 증대로 이익폭은 줄어든 때문이다. 특히 97년말 38개였던 증권사 숫자는 올 3월말 44개로 늘어났다. 양적 팽창이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증권사의 대형화가 요구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굿모닝신한증권 도기권 사장은 "굿모닝과 신한증권의 합병으로 전산투자에서만 매년 1백억원 이상 절감할 수 있고 영업지원부서 인력의 재배치를 통해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매킨지컨설팅의 마크 샤피로 이사는 "세계 증권시장의 성공 모델은 몸집을 키워 선두업체가 되거나 틈새시장에서 전문화하는 등 두가지로 압축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3∼5개 대형사와 10∼15개 특화된 증권사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 가속화될 증권 빅뱅 =노무현 정부 출범 이후 증권업계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구조조정과 관련, 현대증권 현투증권 현대투신운용 등 현대 금융 3사와 대우증권 한국투자신탁증권 대한투자신탁증권 등이 그 대상으로 거론된다. 현대 금융 3사의 경우 미국 푸르덴셜측이 현투증권 현투운용 등 2개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증권의 향후 거취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SK그룹의 현대증권 인수설이 나돌고 있으나 양측은 부인하고 있다. 대우증권 매각도 관심사다. 우리금융지주가 투자은행(IB) 진출 방침을 앞세워 관심을 보이고 있으나 성사여부를 가늠키가 쉽지 않다. 국민은행은 중소형 증권사나 온라인 증권사 인수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도 계열인 하나증권 육성을 위해 증권사를 추가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증권 빅뱅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증권가의 핫이슈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하고 있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