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국인 미국과 일본의 경쟁력 격차는 고용 구조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가급적 젊은이를 채용하려는 미국기업과 중장년층 기존 사원의 고용을 유지하려는 일본기업의 구조적 차이 때문에 국가 경쟁력의 차가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주간 경제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최신호(12월30일자) 커버스토리 '세계의 고민,청년 실업'에서 '불황기를 맞아 세계 각국에서 젊은이의 실업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닛케이비즈니스에 따르면 40세를 기점으로 젊은 세대에선 미국의 실업률이 낮은 반면 중고년층에선 일본의 실업률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20∼24세 8.3%,25∼29세 5.0%,30∼34세 4.3%였다. 반면 일본은 각각 9.0%,6.7%,5.3%로 젊은층의 실업률이 훨씬 높다(2001년 기준). 전체 실업자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율을 비교하면 양국간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미국은 총 6백74만명의 실업자 중 20∼34세가 2백64만명으로 39.1%다. 반면 일본은 같은 연령대의 실업자가 1백47만명으로 43.2%에 달했다. 미국의 청년 실업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풀이됐다. 청년층의 평균 임금이 싸기 때문에 기업들은 사원채용 때 가급적 젊은이를 뽑고 있다. 25∼34세 노동자의 주당 평균 임금은 5백79달러인 반면 45∼54세는 6백93달러로 20% 가량 많다. 미 기업들은 구조조정 때도 임금이 높은 중장년층부터 감원한다. 미국의 산업 구조가 1990년대 이후 정보통신 및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바뀐 것도 청년실업률이 낮은 또다른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50년 미국 노동자 중 35% 이상이 공장 노동자였으나 지금은 그 비율이 15% 이하로 떨어졌다. 대신 컴퓨터 기술자,컨설턴트 등으로 대표되는 '지식 노동자'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젊은층이 중장년층에 비해 경쟁력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클린턴 행정부 때 노동부장관을 지낸 브랜다이스대의 로버트 라이시 교수는 "산업 구조의 변화로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층의 취업이 중고년층에 비해 유리해졌다"며 "청년층 고용이 많은 것이 미국의 경쟁력 증대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러한 노동구조의 변화는 노동 시간 증대와 가족과의 유대 단절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낳는 문제도 안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의 연간 노동 시간은 2000년 1천9백78시간으로 20년 전에 비해 1백시간이나 늘어났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