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회사가 조흥은행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추천됨에 따라 은행권에 또 한번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조흥은행을 인수해 신한은행과 합병하면 총자산 규모 1백40조원대의 국내 2위 규모 은행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 경우 국내 은행권은 국민(2백4조원) 신한+조흥(1백37조원) 우리(95조원) 하나(87조원) 등 '4강(强)'그룹과 외환(57조원) 한미(41조원) 제일은행(34조원) 등 '3약(弱)'으로 재편된다. 당연히 '빅4' 그룹 내의 은행간엔 몸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나머지 군소 은행은 생존을 위해 추가 짝짓기 등을 적극 모색해야 할 입장이다. ◆ 4강 경쟁 치열해질 듯 국내 시중은행들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서 총자산 1백조원 안팎으로 덩치를 키우는 데 몰두했다. "국내 금융시장 여건상 자산이 1백조원은 돼야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경쟁할 수 있다"(김승유 하나은행장)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기업 대출에 강점을 지닌 신한과 조흥은행이 합병하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역시 기업 대출시장을 많이 점유하고 있는 우리와 하나은행엔 위협적인 경쟁자가 된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에도 부담스러운 경쟁자이긴 마찬가지. 총자산에서 60조원 정도의 차이가 나긴 하지만 자산 1백40조원대의 2위 은행은 국민은행의 독주를 견제하기에 충분하다는게 은행권 시각이다. 최공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론 대형 은행간의 시장점유율은 물론 수익성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나머지 은행 생존 몸부림 은행권이 '4강 3약' 구도로 재편되면 3약으로 분류되는 외환 한미 제일은행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들 은행의 갈 길은 크게 두 가지다. 추가적인 짝짓기 합병을 통해 대형화 대열에 합류하든가, 아니면 독자적인 틈새시장을 확보해 생존을 모색하는 것 중 하나다. 그 중 한미은행은 추가적인 인수합병(M&A)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주주인 미국계 투자펀드 칼라일이 투자금 회수를 위해 지분 매각을 원하고 있기 때문. 시장에선 국민은행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정태 국민은행장도 "추가 합병은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1∼2개 소규모 은행을 자은행으로 소유하는 방안은 검토 중"이라고 밝혀 왔다. 특히 국민은행은 서민은행으로 고착된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는데 가장 적격이 한미은행 인수라는 분석이다. 변수는 제일은행의 움직임이다. 미국계 투자펀드인 서버러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조흥은행 인수에 적극 나섰던 제일은행이 한미은행으로 눈길을 돌릴 수도 있다. 외환은행의 경우 안팎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게 사실. 아직도 하이닉스반도체 등 부실 기업 처리에 발목이 잡혀 있는 이 은행은 규모 확대의 필요성은 절감하면서도 뚜렷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