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다시 보낸 '우동 한 그릇'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4만5천여명 전 임직원들에게 '우동 한 그릇'을 선물로 보냈다.
'우동 한 그릇'은 가장을 잃은 슬픔과 경제적 상실감을 딛고 일어선 '준(淳)'이라는 아들을 둔 한 일본인 가족의 얘기다.
매년 12월31일 저녁이면 북해정(北海亭)이라는 우동집을 찾은 세 식구가 돈이 없어 우동 한 그릇만 시켜 나눠 먹으면서도 서로를 아껴주고 위해 주면서 마침내 성공해 우동 세 그릇을 주문하는 소박한 기쁨을 나눈다는 것이 대강의 줄거리다.
이들을 위해 매년 12월31일 저녁이면 테이블 하나를 비워두고 기다리던 사려 깊은 우동집 주인도 보이지 않는 주인공이다.
윤 부회장이 연말 메시지로 이 글을 보낸 이유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어려웠던 세월을 잘 헤쳐나와 준데 대한 고마움과 함께 '초심(初心)'을 잃지 말자는 것을 말하려고 했을 것이다.
윤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우동 한 그릇'을 보낸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의 삭풍이 회사를 뒤덮고 있던 1997년 말에도 '우동 한 그릇'을 보냈다.
그러면서 사상 최고의 실적을 낸 해의 연말에 이 글을 다시 보내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고 한다.
윤 부회장은 어려울 때마다 눈시울을 적시며 이 글을 읽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매출 40조원대, 순익 7조5천억원이라는 경이적인 기록 달성과 함께 97년 말의 자신에게 한 다짐을 지키게 됐다.
하지만 삼성전자내에서 윤 부회장으로부터 두 번씩 '우동 한 그릇'을 받은 사람은 행운아다.
현재 직원 중 97년 당시에도 삼성전자에서 근무하고 있던 인원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97년 이후 지금까지 현직을 유지하고 있는 사업부장은 단 한 명 뿐이다.
이들에게 '함께 일하던 부하와 동료들을 떠나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고통을 잊지 말자'고 이야기하는 윤 부회장의 연말 메시지의 의미는 각별했을 것이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한국의 모든 기업들이 내년에도 '준'의 가족처럼 열심히 분투해서 이맘때쯤 기0쁨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심기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