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2:01
수정2006.04.03 02:03
강정호 < 한국선물거래소 이사장 >
김종창 행장은 선비적인 신사이다.
예천 선비가 런던 신사의 풍모까지 갖췄다.
가끔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앞을 지나치게 되는데 김 행장을 생각하면 흐뭇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대학과 직장생활을 같이 해오는 동안도 그랬지만 맡은 일은 제대로 하면서도 누구에게도 비난받거나 폄하되는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없으니 요즘 같은 세태에서는 '희귀종'이라는 생각이다.
아마도 기본에 충실하고 원칙을 존중해 온 지난 세월의 결실이 아닐까.
김 행장은 지난 20개월 동안 은행권 전체가 지각변동을 해오는 가운데 기업은행의 가치를 크게 높였다.
주가도 많이 올랐고 중소기업 고객에 다가서는 은행, 싹수가 보이는 은행이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심었다.
그는 시장이 인정해 주는 변화의 공(功)을 임직원들에게 돌린다.
동료직원의 일하는 자세와 역량을 존중하고 격려하고 또 용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 체질화돼 있기 때문이다.
'신문에 좋은 이야기가 났더라'고 말하면 '아 그거 우리 직원들이 잘해서 그래'라고 답하고는 한다.
콜린스 교수가 지은 '위대한 기업'(Good to Great)을 보면 좋은 회사를 위대한 회사로 도약시킨 리더들은 전혀 '리더답지 않은 리더'들이었다.
나서지 않고 조용하며 조심스럽고 심지어 부끄럼까지 타는 예가 많았다.
공통적으로 개인적인 겸양과 직업적인 사명감이 돋보였다.
다 제 잘나고 경쟁에 지친 우리 친구들에게 그는 겸손함과 겸양의 덕을 가르쳐 준다.
김 행장과 같은 친구를 둔 것은 행운이다.
매사를 배우고 도움을 받고 있지만 한 수를 가르친다면 김 행장은 유연함이 지나쳐 골프 비거리가 안난다.
몸통과 어깨는 유연해도 팔은 뻗어주어야 거리와 방향 모두를 얻는다.
김 행장의 리더십으로 기업은행이 우리나라를 위한 훌륭한 기업이 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