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교 시절 경북 예천군 보문면에 있는 집에서 읍내 학교까지 매일 6km의 거리를 걸어서 통학했다. 이 과정에서 강인한 체력을 기른 것은 물론 자연환경 속에서 순수의 정신을 배우게 됐다" 김종창 기업은행장이 최근 행내 인터넷망을 통해 밝힌 "자연으로부터 배우는 경영"의 한 대목이다. 김 행장이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마지막으로 오랜 관료 생활을 접고 기업은행장으로 취임한 것은 지난해 5월. 그는 취임 이후 자연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원칙과 기본'이란 키워드를 내걸고 조용하지만 내실있는 변화를 주도했다. 그는 사업부제를 도입하는 등 고객지향적 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는 한편 거래 고객과의 등반행사 및 전국 공단지역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고객 목소리를 영업에 반영하는 '현장밀착 경영'을 추진했다. 또 은행장실을 축소해 직원휴게실을 오픈하고 행내망에 'CEO 메모'란을 마련, 직원들과 진솔하게 대화하는 등 '함께 뛰는 CEO상'을 정립했다. 뿐만 아니다. 직원 워크샵 등에 참석,격의 없는 만남과 토론의 장을 통해 직원들의 변화를 유도하고 제안과 문제점 등을 즉시 해결하는 등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통한 '열린 경영'을 실천했다. 그는 고객을 고객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해 고객을 '열광하는 팬'으로 만들자며 '고객감동경영'에도 앞장섰다. '파인 뱅크(Fine Bank)'란 이지미 전략을 통해 기존 기업만 거래하는 국책은행이란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고 일반 개인고객에게 친근하고 미래지향적인 디지털 뱅크의 이미지를 심는데도 성공했다. 김 행장의 자연경영은 결실을 맺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4천5백52억원의 흑자를 올린데 이어 올해 9월말까지는 작년 한햇동안 실적을 뛰어넘는 5천1백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0.09%에 달했다. 또 ROA(총자산이익률) 0.89%,ROE(자기자본수익률) 16.54%, 무수익 여신비율 1.98% 등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같은 성과는 상복(賞福)으로도 이어졌다. 기업은행은 연말을 맞아 한국경제신문이 선정한 '한국 1백대 기업'중 13위, 한국능률협회컨설팅에서 실시한 '제10회 고객만족경영대상'에서 고객서비스 혁신부문 최우수상,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제5회 산업협력대상' 은탑산업훈장 등을 연이어 받았다. 기업은행의 변신은 이제 국책기관의 새로운 경영모델로 떠올랐다. 김 행장의 자연경영이 맺은 과실이라는게 안팎의 평가다. 김 행장은 "내년에는 중소기업금융지원 전문은행으로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중소기업 금융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개인고객에 대한 금융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행장의 자연경영이 내년에 어떠한 모습으로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 < 약력 > 1948년 경북 예천 출생 1967년 대창고등학교 졸업 1970년 행정고등고시 합격(8회) 1971년 서울대학교 상학과 졸업 1985년 미국 워싱턴대 대학원 경제학 석사 1990년 재무부 이재국 금융정책과장 1992년 주영 대사관 재무관 1996년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 1999년 금융감독위원회 상임위원 2000년 금융감독원 부원장 2001년 중소기업은행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