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금융권은 내년 경영의 '키워드'를 찾는 작업에 골몰하고 있다. 그 작업은 지난 한해동안 벌어진 금융권의 변화를 점검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데서 출발한다. 올 한해 금융계의 가장 큰 화제는 '인수.합병'과 '가계 대출'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나.서울은행의 합병,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 등 대규모 인수.합병은 금융권에 일대 판도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올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인 가계대출은 하반기들어 부실화 위험이 커지면서 그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라는 과제를 던져주었다. 이런 두 가지 문제에 대응하는 생존전략의 키워드로 금융전문가들은 '고객 만족'을 꼽고 있다. 한편으로는 격화되는 경쟁에서 고객을 확보하고 다른 한편으론 리스크관리 과정에서 빚어지는 고객과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금융 빅뱅 지난해 출범한 국민은행의 공격경영이 본격화하면서 다른 은행들은 생존의 위협을 실감해야 했다. 영업망, 가격경쟁력, 시장점유율 등 모든 면에서 우위인 국민은행과 경쟁하기란 여간 힘든게 아니었다. 은행들이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나선 것은 바로 이같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첫 테이프는 하나은행이 끊었다. 지난 12월1일 서울은행을 합병함으로써 단숨에 자산규모 87조원대로 도약했다. 내년이면 1백조원 이상도 가능하다는게 은행측 설명이다. 하나은행의 뒤를 이어 신한금융지주회사는 조흥은행 인수를 추진 중이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도 중소형 은행을 인수해 자(子)은행으로 두려는 움직임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자산규모 26조원대로 생보업계 3위인 대한생명이 한화그룹으로 넘어가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여기에다 알리안츠 푸르덴셜 메트라이프 등 외국계 생보사들도 시장점유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하며 국내 생보사들의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다. 자동차 보험 쪽에서는 교보자동차보험이 설계사 없이 전화와 인터넷만으로 전체 시장의 2%를 잠식하는 등 온라인 보험사들도 보험업계 지각변동을 부추겼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의 합병이 성사됐다. 또 과거 부동의 1위 증권사였던 대우증권, 3대 투자신탁회사중 하나였던 현대투신증권 등도 매각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가계부실 위험 올들어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지난 11월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2백19조9천4백82억원으로 작년 말에 비해 59조2천9백74억원 늘었다. 증가율이 무려 36%에 달했다. 신용카드사들도 '길거리모집'에 나설 정도로 회원수 확장에 몰두했다. 이같은 가계대출 확장정책은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책을 시행하면서 한계상황에 부딪혔다. 금융회사들은 다중채무자 등 부실우려가 있는 개인들에 대해 카드 사용한도와 대출한도를 앞다퉈 축소했고 그 결과 신용불량자들이 무더기로 양산됐다. 지난 11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수는 2백52만8천9백45명. 지난해 말 2백45만3백3명에 비해 5%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7월 23만6천명의 신용불량자를 사면해줬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증가율은 10%에 달했다. 새로운 화두, 고객만족 금융전문가들은 이같은 금융환경의 변화를 헤쳐갈 생존전략의 키워드로 '고객 만족'을 꼽고 있다. 대형사들의 주도로 더욱 격화돼 가는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이다. 또 가계대출 정책이 급선회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고객과의 충돌을 어떻게 최소화하느냐도 단순한 '리스크관리'보다 훨씬 중요한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의 제12회 다산금융상 수상자와 수상업체들은 이런 점에서 이미 다른 금융회사들을 앞서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상자 및 수상업체들이 한결같이 '고객 만족'을 경영의 키워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부문 대상을 수상한 김종창 중소기업은행장은 '고객만족 경영'을 슬로건으로 내걸어 국책은행의 이미지를 털어내고 조직문화와 운영시스템 혁신에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도 고객 지향적 서비스체제 구축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함으로써 수익성 개선의 기반을 닦았다는 평가다. 업종별 수상자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부산은행은 역내 중소기업과 개인고객들에 대한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지방은행으로서의 생존모델을 제시하는데 성공했다. 신한생명은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 개발을 통해 고객만족경영을 추진함으로써 후발주자로서의 약점을 딛고 흑자기반을 굳혔다. 동원증권 역시 고객의 소리 청취 등 새로운 경영전략을 통해 수익성 개선을 이룩했다는 평가다. 또 현대캐피탈주식회사는 고객만족 위주의 경영시스템 구축으로 자동차할부금융과 대출전용카드 부문에서 괄목할 신장세를 보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