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대기업 이름에는 왕실을 상징하는 '로열(Royal)'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세계적 정유회사인 '로열더치셸'은 물론 항공회사 KLM은 'KLM 로열더치 에어라인',필립스는 '로열 필립스'가 공식명칭이다.

그렇다고 이들 회사가 '로열(더치) 그룹'은 아니다.

역사가 오래되고 국민 경제적 기여도가 높은 대기업에 대해 네덜란드 왕실은 '로열(더치)'이라는 칭호를 붙여 준다.

현재 이 칭호를 부여받은 기업은 2백50여개사에 이른다.

로열 칭호를 받지 못한 기업들은 이 칭호를 붙일 수 있기를 고대하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

네덜란드 국민들도 로열 칭호가 붙은 대기업은 존경스러운 눈길로 바라본다.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에 대한 이 나라 정부와 국민들의 대우가 어떤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네덜란드는 적극적인 기업지원 정책에 힘입어 올해 포천지가 선정한 '글로벌 1백대 기업'에 로열더치셸 ING그룹 등 6개 기업이 올랐다.

지난해보다 3개나 늘었다.

한국의 경우 1백대 기업에 단 한곳도 포함되지 못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선진 각국의 정부는 기업을 키우기 위해 협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자원이 적고 규모가 크지 않은 나라일수록 기업을 키우는데 더욱 적극적이다.

사실 한 기업의 성공은 결코 해당 기업인들 만의 성공이 아니다.

국가의 성공이요 국민의 영광이다.

해외여행을 경험해본 사람이면 안다.

뉴욕 맨해튼에서 싼타페를 만나고 상하(常夏)의 적도국가에서 쏘나타가 질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여행자들은 그 차의 브랜드를 '현대'로만 보지 않는다.

'메이드 인 코리아' 그리고 대한민국이란 조국을 먼저 떠올린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세계 최장이라는 말레이시아 '페낭대교'나 초고층 빌딩군에 속하는 싱가포르 '래플즈 시티'를 보고도 우리는 현대건설이나 쌍용건설만을 생각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 기술의 자부심을 느끼며 가슴 저미는 감동을 맛보게 된다.

그들의 위용이 바로 대한민국의 경쟁력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인접한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추격해 오고 있습니다. 기술경쟁력은 선진국에 처지고 가격경쟁력은 중국에 밀리는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규제와 세금만을 늘린다면 결과는 뻔합니다."

어느 대기업 CEO의 지적처럼 우리나라에도 '로열 삼성전자' '로열 LG전자' '로열 SK텔레콤' '로열 현대자동차' 등이 나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소망이다.

국가경쟁력이 바로 기업들의 경쟁력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업인의 소망은 곧 우리 국민의 소망이기도 하다.

기업가정신을 한껏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사안들을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야 할 시점이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