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의정부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촛불시위를 자제하도록 '간곡히 호소'했다고 한다.

반미시위의 반작용으로 월스트리트 저널과 뉴욕 타임스 등 미국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는 주요신문들이 "한국인들이 더이상 주한미군을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한.미 관계에 전례 없는 난기류가 일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특히 의미가 있다.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을 추방하고 핵재처리시설을 곧 가동하겠다고 나서는 등 상황이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어 한.미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직시한다면, 31일로 예정된 촛불시위는 자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한.미간 냉기류가 여기서 더 확대된다면 정말 어려운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주한미군 문제는 감정적으로 대처해도 좋을 그런 문제가 아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여러차례에 걸쳐 '주한미군은 통일 이후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지만, 그것은 동북아 정세 안정과 한국경제 발전을 위해 정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더라도 한국경제에 악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인식은 한마디로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외국인 투자의 격감은 물론이고 국민경제 전반에 엄청난 부작용을 결과할 것이란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국의 몇몇 신문이 사설이나 기명 칼럼을 통해 주한미군 철수론을 들고나온데 대해 당장 큰일이 난 것처럼 과민하게 반응해야 할 필요는 물론 없을 것이다.

냉정히 말해 주한미군은 미국의 세계 전략에 따른 존재인 것 또한 너무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런 측면만을 강조하는 것은 한.미 관계와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이성적인 접근방법이 아니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국가적 이익을 위해 없어서는 안될 존재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기성세대, 특히 책임있는 정치인들이 두 여중생 사망사건 이후에 제 할 일을 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촛불시위 참가자중 절대다수가 초.중등학생층이라는 사실만으로도 그렇게 말할 수 있다.

앞으로도 한.미간 갈등과 마찰은 이런 저런 일로 적잖게 나타날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동반 관계'라는 것이 본질적으로 그런 성질의 것이고 보면 한.미 관계도 예외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되새겨보면 젊은 계층의 반미 감정표현은 그 집요함과 격렬함이 모두 도를 넘은 감이 있다.

거듭 말하지만 이제 촛불시위는 그만 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