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수를 착각해 부동산 매매를 잘못 알선한 부동산 중개업자가 피해자의 손해를 일정 부분 물어주게 됐다.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박국수 부장판사)는 29일 "중개인이 번지수를 착각해 비싼 가격에 엉뚱한 부동산을 샀다"며 황모씨가 부동산 중개업자 고모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4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했다.

황씨가 고씨를 통해 문제의 임야를 사들인 시점은 지난 98년 11월.

황씨는 당시 강원도 횡성군의 임야 등 4필지가 향후 상당한 경제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고씨의 말을 믿고 고씨의 중개보조원 정모씨의 안내로 매입 대상 부동산을 둘러봤다.

하지만 현장 위치를 정확히 알지 못했던 정씨가 임야 1필지를 엉뚱한 곳으로 잘못 소개하면서 일이 틀어졌다.

게다가 잘못 소개해준 곳은 당초 사려고 했던 임야보다 훨씬 가격이 싼데도 황씨는 원래 매입할 예정이던 곳의 비싼 평당가로 매입해 6천7백여만원이나 더 많은 돈을 치르게 된 것.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중개업자로서 성실하고 정확하게 중개물건을 설명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다만 원고 역시 중개업자의 안내에만 의존한 채 정확한 위치와 가격을 파악하지 못한 책임이 있으므로 피고의 책임범위를 6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