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의 복제인간 '이브'가 출현했다는 소식이다.

외계인의 존재를 믿는 종교집단 라엘리언이 운영하는 미국의 생명공학사 클로네이드사에서 산모의 난자와 체세포를 융합시킨 결과 여아가 출생했다는 것이다.

97년 복제양 돌리가 탄생된 뒤 인간복제는 시간문제로 여겨져 왔다.

내년 2월초 4명의 복제아기가 더 태어난다는 클로네이드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정자와 난자의 결합 없이 아기가 탄생하는 놀라운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지금은 그래도 엄마 뱃속에서 태어나지만 언젠간 '서유기'나 영화 'A.I'에서처럼 머리카락으로 순식간에 만들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인간복제에 대한 반발은 거세다.

특히 종교계에선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일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비윤리적이고 비인도적인 행위로 당장 전면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제아기 탄생에 대해서도 교황은 물론 이슬람과 유대교 등 전세계 종교지도자들 모두 '잔인하고 끔찍한 일'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과학계 또한 선천성 기형,면역체계 결함,비만,조로 등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돈을 불러올 지 모른다며 우려한다.

그러나 무조건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견해도 있다.

불임이나 질병 치료를 위해 불가피한데다 'A.I'에서 소년로봇이 엄마(인간)를 그리워해 하루만이라도 만나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숨결을 다시 느껴보고 싶은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이미 활을 떠난 화살이며 21세기 경쟁력의 원천이라고도 한다.

인간복제가 눈앞의 현실로 다가와 있는데도 국내엔 관련법조차 없는 실정이다.

인간복제는 전면금지하고 체세포 핵이식에 대해선 생명윤리자문위의 심의를 거치는 것을 골자로 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 중이지만 체세포 핵이식 문제를 둘러싼 관련부처의 이견 때문에 최종안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복제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일이 될지 미다스의 손이 될 수도 있을지는 단정짓기 어렵다.

다만 '양심이 빠진 과학은 영혼의 폐허일 뿐'이라는 작가 라블레(1483∼1553)의 경구만은 기억해야 할 듯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