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단을 추방키로 하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외교적인 압력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IAEA와 미국은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를 검토하고 있고 우리 정부도 중국과 러시아와 고위급 대화채널을 구축하는 등 전방위 외교 압력에 들어갔다.

◆ 정부 입체적 외교 =북핵 문제의 주도적 역할을 선언한 정부의 움직임은 기존의 남북 대화 및 한.미.일 3국 공조에 중국.러시아와 협력을 더한 3개의 축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한.미.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를 내달초 미국에서 열어 대북 경수로사업 중단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과 러시아에 고위급 특사를 파견, 대북 설득 및 압박을 위한 공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최성홍 외교통상부 장관은 중국 탕자쉬앤 외교부장과 28일 전화통화를 갖고 "북한 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며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한반도의 비핵화는 유지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는 이와 함께 남북 장관급 회담 등 내달중 다섯차례로 예정된 당국간 접촉을 통해 북한을 설득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중.러를 통한 활발한 북핵 해결 움직임은 자칫 미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북핵 문제는 북.미간 현안이라는 인식이 강한 미국이 우리의 주도적인 해결에 거부감을 가질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남북관계의 속도조절을 여러번 암시해온 미국은 남북 대화를 통한 설득도 마땅찮게 생각할 수 있다.

◆ 안보리 회부 의미 =북핵 문제의 안보리 회부는 국제사회의 본격적인 대북 제재를 의미한다.

지난 93년 북한이 핵비확산조약(NPT)을 탈퇴한 후 이 문제가 유엔 안보리에 회부됐을 때 대북 경제제재 문제가 논의됐다.

당시 북한은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맞서 한반도의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로 인해 미국의 대북 해상 봉쇄와 평북 영변지역의 폭격 계획까지 나왔다.

내달 북핵 문제가 유엔안보리로 회부될 경우 이같은 극한 상황이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은 현재 핵무기 원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하는 방사화학 실험실을 가동하겠다면서 위협하고 있지만 핵무기 개발을 하겠다는 명시적인 의사 표시는 하지 않고 있다.

핵무기 개발로 넘어가는 마지노선인 '레드 라인(red line)'상을 아슬하게 걷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가 구체적인 제재를 결정하게 되면 이 선을 넘어 가겠다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