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거리는 치안부재의 상태에 빠진다'

`가족단위의 노숙자들이 거리 곳곳에 천막을 치고 기거한다'

`폭력범죄는 기승을 부리고 상점과 기업체는 약탈당한다'

`정치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다'

이상은 작가 피터 태스커가 오는 2006년에 벌어질 상황을 가상해 쓴 소설 '드래건 댄스'(龍舞)에 나오는 허구의 장면들이다.

작가는 그러나 일본정부의 개혁이 계속 지지부진, 경제가 위기의 나락으로 굴러떨어질 경우 이러한 가상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둔갑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도쿄 증시의 주가는 올해 19년래 최저치로 폭락했고 실업률은 다시 최고치로 치솟았으며 흔들리는 은행 시스템은 붕괴될 지경에 처했다.

따라서 향후 12개월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에게는 절체절명의 시간이 될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2005년까지 주요 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을 절반으로 축소하고 디플레이션을 잡겠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 포괄적인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구체적인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쿄 증시의 닛케이-225 지수가 심리적 저항선인 9,000선 아래로 떨어지자 급기야 일본은행(BOJ)은 국내은행의 보유주식 평가손을 줄여주기 위한 이례적인 주식매입계획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도시샤(同志社)대학 경영대학원의 하마 노리코 교수는 "일본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표면화됐다는 점에서 올해는 매우 흥미로운 한해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화되는 디플레 현상과 정부부채의 폭증도 경보음을 울려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은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강등시켰다.

지난 6월 한-일 월드컵을 공동주최했으면서도 이를 경제회복의 계기로 삼는 데 실패했다. 상반기에는 전후 최악의 불황에서 빠져나오는 데 `1등공신'이었던 수출회복세도 멈췄다.

일본정부는 내년 3월말에 끝나는 2002회계연도중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0.9%를 기록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낮은 0.6%에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드레스드너 클라이보르트 바세르스타인'사의 금융전략가이기도 한 작가 피터는 세계경제의 향배도 불투명한 상태여서 일본은 더욱 어려운 처지에 빠져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정부는 지난 9월 강성 개혁주의자 다케나카 헤이조(竹中平藏)를 경제.재정상과 금융상을 겸직토록 함으로써 개혁의 기치를 내걸었지만 기득권 세력에 눌려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다케나카 쇼크"로 도쿄 증시의 주가가 하락했고 구시대 정치인과 은행가들은 다케나카의 개혁기조가 퇴색하도록 압력을 가했다.

총리 특별자문관인 사카이야 다이치는 다케나카가 추진하는 "경제정책이 확실하게 시행된다면 일본 경제는 V자 형태의 회복세를 보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고리가 부서진 번지 로프를 매고 점프를 하는 것과 같은" 위험 부담도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내년의 최대 관심사는 다케나카가 기득권의 저항을 뿌리치고 은행제도 개혁을 실천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아울러 내년 9월로 예정된 집권 자민당의 지도부 선출도 경제정책 성공 여부를 가름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이즈미 총리의 반대파가 실권을 잡으면 개혁정책의 `탈선'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작가 피터는 일본이 아직 "드래건 댄스"에 그려져 있는 악몽의 시나리오에 가까이 다가선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쁜 경제정책이 계속 시행되면 그 가능성은 50대 50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쿄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