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주가 폭락 사태가 결코 예사롭지 않다.

주가야 언제든 오르고 내리는 것이지만 투자자들의 불안이 그 어느 때보다 증폭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상황임이 분명하다.

30일엔 외국인들까지 1천5백억원에 육박하는 매물을 내놓아 주가하락을 가속화시켰고 개인투자자들 역시 극도로 위축된 매매행태를 보였다.

대선 이후 정치·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북핵 사태로 한반도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위험에 민감한 투자자들이 일제히 매도세로 몰리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일이다.

문제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들 역시 비관적인 태도로 돌아서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소비자 전망조사 결과 향후 경기와 생활형편 전망,가계수입과 지출계획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소비자들의 평가가 연중최저치로 떨어진 것은 작금의 불안심리가 단순히 증권시장에 국한된 것이 아님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런 사정은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요인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것이 현대경제의 특징이라면 이같은 불안심리를 방치한 상태에서 내년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아직 새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노무현 당선자로서는 국민들의 불안부터 해소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떠안고 있는 곤혹스런 처지가 되고 만 셈이다.

노 당선자 역시 투자자와 기업,소비자들의 불안심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본다.

엊그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기업에 충격적인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점이나 "경제는 전문가팀에 맡기겠다"고 강조한 것 등이 모두 불안심리를 가라앉히기 위한 노 당선자의 조심스런 언급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오늘은 전경련 대한상의 등 경제 5단체 대표들과 노 당선자의 첫 대면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경제문제와 관련한 기업과 투자자,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자리다.

노동·분배 등 민감한 사회적 과제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시장경제 원리가 충분히 존중될 것이라는 점, 기업가의 창의가 중시되며 정치논리에 의한 경제왜곡이 없을 것이라는 점들이 피부에 와닿게 전달된다면 시중의 불안심리는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문제는 북한핵 파문이라고 하겠지만 이 역시 미국과의 공조가 확실하게 천명되는 선에서 정당하고도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슬기롭게 극복해가는 당선자의 진면목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