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30일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 1백22명에 대해 특별사면을 31일자로 단행했다.

특별사면 대상은 △경제인 14명 △사형수 4명 △고위공직자 5명 △공안사범 40명 △선거사범 8명 △외국인 51명 등이다.

특별사면이나 복권이 되면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등 공민권이 회복된다.

97년 기아차 부실경영 혐의로 재판을 받아 현재 형 집행정지 상태인 김선홍 전 기아회장은 지병과 70세의 고령으로 인해 수감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잔형의 집행을 면제받았다.

한보그룹 부도사태를 초래한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80)도 횡령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며 이번에 특별사면됐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수호 한진해운 부회장은 지난 99년 탈세와 외국환 관리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가 DJ정권 종료를 앞두고 형 선고실효와 함께 복권조치됐다.

추호석 전 대우중공업 대표이사 등 대우그룹의 주요 임원들은 대우그룹 분식회계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으나 앞으로 경제 발전에 동참할 기회를 준다는 이유로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은 사면복권됐더라도 법원이 부과한 26조원대의 추징금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개인활동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또 문민정부 또는 국민의 정부 시절 각종 비리와 관련됐던 고위공직자중에는 김영재 전 금감원 부원장보,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 전병민 전 청와대 정책수석비서관 내정자, 강정훈 전 조달청장, 최일홍 전 체육부차관.전 국민체육공단이사장 등이 사면됐다.

이밖에 강위원 제5기 한총련의장, 석치순 전 서울지하철 노조위원장 등 공안사범도 사면대상에 포함됐다.

법무부는 이와 함께 김진태 김인제 김장근 김동운씨 등 사형수 4명을 무기징역으로 특별감형했다.

정부가 사형수, 공안사범, 외국인범죄자를 사면대상에 포함한 것은 국민의 정부가 주창해 온 인권적 색채를 더하기 위해서다.

<> 특별사면 의미 =이번 조치는 정부가 IMF 관리체제를 극복했다는 자신감을 토대로 경제계를 향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동안 소원했던 일부 대기업과 비리관련 공직자 등을 대상으로 DJ 임기말에 국민화합 차원의 마지막 은전을 베푼 것으로 해석된다.

법무부는 임기말 사면 배경과 관련, "이번 특별사면조치는 지난 김영삼 정부 말에도 행해졌듯이 정례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재계와 공직자, 공안사범, 외국인 등 다양한 계층에 혜택을 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영화 변호사는 "법 원칙과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특별사면이 정례화된 것처럼 이뤄지는 것은 국민들에게 법을 지키는 것이 손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