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말부터 일기 시작한 정보기술(IT) 열풍은 지난 2~3년간 전세계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1백년 넘게 가장 견실한 업종이었던 유선전화 사업이 처음으로 적자를 내게 됐다.

벤처 열풍으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던 닷컴 기업들도 벌써 1세대가 퇴장하고 있다.

이같이 급변하는 IT 산업에 대해 1년이란 단기전망을 내놓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국내 IT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앞서 있지만 2003년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통신사업자는 유선과 무선 모두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야 한다.

단말기를 제외한 장비 생산업체들도 통신사업자의 물량 축소와 과도한 경쟁으로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올해를 어떻게 버틸 것인가'가 더 큰 과제다.

닷컴기업들의 경우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추지 못해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IT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무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올해도 그 어느 나라보다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선 유·무선 통합영역이 급속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부터 시작된 2.4㎓ 대역의 무선랜(LAN) 사업은 휴대전화와 결합된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또 2.3㎓ 대역에서의 휴대인터넷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올 하반기께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5㎓ 대역에서의 차세대 무선랜 서비스,위성·지상파 디지털오디오방송(DAB) 서비스 등 새로운 사업을 위한 주파수 분배와 활용문제가 국내외적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또 유선과 무선의 광대역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VDSL)이 상용화되면서 촉발된 유선분야의 광대역화는 올들어서도 속도경쟁이 가속돼 20Mbps 이상의 속도가 실현될 것이다.

무선분야도 3세대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고 4세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트워크의 성장과 더불어 인터넷 서비스 산업도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고화질의 영화,가상현실,3차원 동영상기술을 활용한 게임이나 가상체험 프로그램 등이 개발되고 이런 콘텐츠를 유통시키는 시장이 성숙될 것이다.

각 개인이 원하는 정보만을 제공하는 맞춤형 서비스 등도 상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화(VoIP) 서비스는 품질과 이용의 편리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기존 전화시장을 실질적으로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 음성뿐 아니라 영상과 파일,그림 등을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커뮤니케이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무분별한 복제나 해킹을 방지할 수 있는 보안과 인증시장도 상당히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IT산업과 타 분야의 융합은 이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이뤄질 게 확실하다.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물론 홈네트워크 서비스와 같은 통신과 가전의 융합,스마트카드 같은 통신과 금융,통신과 물류유통 등 거의 전분야에 걸친 사업간 통합모델이 속속 등장할 것이다.

또 기존 산업의 IT화도 촉진될 전망이다.

산업의 IT화는 기업의 지출비용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일 뿐 아니라 이미 인터넷문화에 익숙한 고객을 끌어들이는데 있어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