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가 탄생한지 만 5년이 지났다.

무한궤도를 질주하던 "벤처 기차"는 지난해 궤도를 이탈해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다.

물에 빠지고 언덕을 넘지 못해 엔진이 서버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급기야 기차를 몰던 최고경영자(CEO)들이 기차를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CEO는 자기 마음대로 이리저리 몰다가 결국 헤어나오지 못할 깊은 수렁에 빠져버렸다.

5년동안 공들여 쌓은 벤처산업 인프라가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해가 밝았다.

신선한 에너지를 연료통에 가득 채운 벤처 기차가 재시동을 걸고 출발선에 서 있다.

이제 이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살펴볼 때다.

각종 비리로 인해 벤처업계가 비난을 받고있지만 모든 벤처기업이 다 그런 건 아니다.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를 매도할 수는 없다.

여전히 벤처는 한국경제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마침 새 정부가 곧 들어선다.

벤처업계도 힘찬 출발과 함께 재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벤처기업에 대한 희망은 수출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다.

대기업 뿐아니라 벤처.중소기업의 수출은 경제의 원동력이다.

특히 기술력으로 무장한 벤처기업들이 비좁은 국내 무대를 벗어나 전세계를 누비는 모습은 미래를 밝게하고 있다.

지난해 1~11월 중소기업의 수출액은 2001년 같은 기간에 비해 4.3% 증가한 6백18억달러를 기록했다.

벤처기업의 수출은 28.5% 수직 상승한 63억달러로 집계됐다.

휴대폰 셋톱박스 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 등을 중심으로 한 벤처기업의 경쟁력은 세계 수준이다.

휴맥스 팬택 세원텔레콤 등은 1억달러 이상을 수출하고 있다.

이는 벤처 창업으로 이어져야 한다.

정보기술(IT)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식어버린 벤처 붐을 다시 조성해 벤처창업 엔진을 돌려야 한다는 업계의 바램이다.

벤처가 본격 등장한 지난 1998년 벤처확인 기업은 2천42개사였다.

정부의 강력한 벤처 드라이브는 벤처기업 창업으로 이어져 2000년 8천7백98개,2001년 1만1천3백92개로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월 2백개씩 순감소해 지난해 11월말 현재 9천1백6개로 줄었다.

더구나 정부가 벤처 확인요건을 대폭 강화해 벤처확인을 받기가 더 어려워져 벤처창업을 방해하고 있다.

창업 의지 상실은 벤처 기반 부실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의 벤처 옥석 가리기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많다.

"시장"이 아닌 "정부"가 벤처기업을 판정하더니 그 "정부"가 이제는 "벤처건전화방안"을 들먹이며 가짜 벤처를 직접 가려내겠다고 칼을 들고나선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벤처" 타이틀을 붙이고 빼는 것 모두를 "시장"에 맡기라는 말이다.

벤처기업의 기업가정신은 아직 살아있다.

지난해 벤처기업대상을 받은 바이오 벤처기업 에스디는 피 한방울로 5분만에 암을 진단하는 초스피드 진단키트를 개발해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코스닥 등록을 앞두고 있는 이 회사 조영식 대표는 요즘도 연구 개발로 거의 매일 밤을 지새우다시피 한다.

이처럼 모험 도전 창조로 대변되는 벤처기업은 경제를 살찌울 식량이다.

벤처리더스클럽 회장인 변대규 휴맥스 대표는 "기회와 희망의 상징인 벤처기업은 수직적인 기존 기업문화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며 "올해는 도덕적으로 재무장한 벤처기업인들이 새롭게 탄생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