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글로벌대담] (1) 이나모리 가즈오 <日 교세라 명예회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비자 기만과 부정으로 얼룩진 기업 스캔들이 지난 한햇동안 유난히 많았습니다.
물질적 풍요가 초래한 부작용을 이겨내지 못하고 긴장감을 상실한데서 비롯된 이같은 사고는 일본뿐 아니라 선진국들의 공통된 사회 현상입니다."
윤리경영의 선구자로 일본 재계와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71).
교토 후시미구의 교세라 본사 19층 접견실에서 만난 그는 한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도중 차분한 표정과 어조로 말을 이어갔으나 기업가가 갖춰야 할 덕목을 언급할 때는 힘을 실었다.
그는 경영자들의 건전하고도 훌륭한 인격이 '클린 컴퍼니'의 요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패전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 모두가 땀 흘리고 일해 오늘의 경제적 번영을 이뤄냈지만 물질의 쾌락에 젖다 보니 정신적 폐해가 기업에도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들려주는 그의 메시지는 이처럼 단호하고도 명쾌했다.
[ 대담 = 양승득 도쿄 특파원 ]
-----------------------------------------------------------------
-2002년은 소비자 기만, 사고 은폐 등과 관련된 기업 스캔들이 일본 재계에서 특히 많았던 해였습니다.
미국 역시 대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왜 일어났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 고도 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 준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봅니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후 일본 국민들은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땀흘려 일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되자 긴장감을 잃고 정신적으로 이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질이 너무 풍요해지면 정신적 폐해가 생긴다는 것은 역사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로마의 멸망이 시사하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찌 보면 일본이 걸어온 길도 그같은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병리현상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 모두에 공통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한국도 이런 현상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 스캔들과 같은 현상은 젊은 기업가들의 가치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염려됩니다만.
"물론입니다.
젊은 기업가들이 보고 배울 것이 없다는 점에서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반대효과를 개대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을 저지른 기업은 사회가 반드시 벌을 준다는 교훈을 젊은 기업가들이 얻었다면 이는 하나의 정화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대형 식중독사고와 자회사의 수입쇠고기 위장사건에 연루됐던 유키지루시 유업은 회사가 소멸 직전까지 와 있습니다.
일본적 기업문화가 '정직'과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중시해 왔다지만 이는 다른 나라 기업들도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매달린 것이 기업 스캔들을 연속적으로 일으킨 원인이 된 것이지요."
(그는 헛된 이익을 탐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가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일본 부동산 값이 폭등했던 시절인 1970년대와 80년대에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은행의 권유를 '기업가의 본분이 아니다'며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가의 자질과 덕목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인격입니다.
건전하고도 훌륭한 인격을 갖춰야 합니다.
센스와 리더십도 물론 중요하지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 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기업가는 남을 위해 일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주변 환경이 어려워도 참고 고생을 감당할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기업인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방식은 '정직' '근면' 등 인간사회의 기초적 도덕과 규율을 지키는데 있습니다."
-30,40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의자를 물려주고 노인 세대는 뒤로 물러나자고 주장하신 적이 있습니다만 왜 그같은 생각을 하시게 됐습니까.
"나이든 사람은 아무래도 주위와의 마찰을 피하고 조화롭게 지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큰 변화와 개혁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지금의 일본 사회는 긴장감을 상실했으며 부패와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체적 리더십은 고령자들의 손에 있습니다.
이를 과감히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혁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과거 역사에 비추어 보더라도 메이지유신과 패전 후 경제부흥에는 모두 젊은이들이 앞장서 큰 일을 해냈습니다.
경험이 미흡하더라도 젊은이들이 개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고령자들은 일선에서 용퇴하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물러나자는 주장은 정계도 포함되는 것입니까?
"정.재계는 물론 관계도 포함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일본의 세대교체는 절대 필요합니다.
용퇴 발언에 대해 좋은 지적을 했다는 찬사는 많았지만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나이든 세대에서는 젊은이들이 눈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패기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젊은이들에게 일을 맡기는데 대해 물론 불안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지게 되면 달라집니다.
긴장감을 갖게 되고 기회에서 힘과 용기를 발휘하게 됩니다.
반드시 변할 것으로 봅니다.
위기를 거치면 더 강인해질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능력에 겸대를 걸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도성장을 바라보는 주변 국가들의 시선이 복잡합니다.
일본 정.재계에서도 중국의 급성장에 불안감을 가지며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만.
"나의 기본적 시각은 적으로 보지 말고 끌어 안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불가분의 협력관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동반자적 관계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 산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에 대해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답게 의연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8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수하고도 일본에 첨단기술을 전수해 주고 시장을 열어 주었던 점을 일본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세(1959년)때 지금의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셨습니다.
기업가의 경을 걷지 않았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연구에 매달려 살아 왔을 겁니다.
연구실에서 한눈 팔지 않고 실험과 씨름하는 인생을 살았겠지요."
< yangsd@hankyung.com >
물질적 풍요가 초래한 부작용을 이겨내지 못하고 긴장감을 상실한데서 비롯된 이같은 사고는 일본뿐 아니라 선진국들의 공통된 사회 현상입니다."
윤리경영의 선구자로 일본 재계와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71).
교토 후시미구의 교세라 본사 19층 접견실에서 만난 그는 한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 도중 차분한 표정과 어조로 말을 이어갔으나 기업가가 갖춰야 할 덕목을 언급할 때는 힘을 실었다.
그는 경영자들의 건전하고도 훌륭한 인격이 '클린 컴퍼니'의 요체라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패전의 잿더미를 딛고 일어서는 과정에서 일본 국민 모두가 땀 흘리고 일해 오늘의 경제적 번영을 이뤄냈지만 물질의 쾌락에 젖다 보니 정신적 폐해가 기업에도 만연해졌다는 것이다.
'혼돈의 시대'에 들려주는 그의 메시지는 이처럼 단호하고도 명쾌했다.
[ 대담 = 양승득 도쿄 특파원 ]
-----------------------------------------------------------------
-2002년은 소비자 기만, 사고 은폐 등과 관련된 기업 스캔들이 일본 재계에서 특히 많았던 해였습니다.
미국 역시 대기업들의 회계 부정 사건이 잇따랐습니다.
이같은 현상이 왜 일어났다고 보시는지요.
"무엇보다 고도 성장과 물질적 풍요가 가져다 준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봅니다.
태평양전쟁에서 패망한 후 일본 국민들은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땀흘려 일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번영을 누리게 되자 긴장감을 잃고 정신적으로 이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물질이 너무 풍요해지면 정신적 폐해가 생긴다는 것은 역사를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로마의 멸망이 시사하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어찌 보면 일본이 걸어온 길도 그같은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병리현상은 일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풍요를 누리는 선진국 모두에 공통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급성장한 한국도 이런 현상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기업 스캔들과 같은 현상은 젊은 기업가들의 가치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염려됩니다만.
"물론입니다.
젊은 기업가들이 보고 배울 것이 없다는 점에서 걱정스럽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반대효과를 개대할 수도 있습니다.
부정을 저지른 기업은 사회가 반드시 벌을 준다는 교훈을 젊은 기업가들이 얻었다면 이는 하나의 정화효과가 될 수 있습니다.
대형 식중독사고와 자회사의 수입쇠고기 위장사건에 연루됐던 유키지루시 유업은 회사가 소멸 직전까지 와 있습니다.
일본적 기업문화가 '정직'과 '신용'을 최고의 가치로 중시해 왔다지만 이는 다른 나라 기업들도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이익에만 매달린 것이 기업 스캔들을 연속적으로 일으킨 원인이 된 것이지요."
(그는 헛된 이익을 탐하는 것이야말로 기업가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일본 부동산 값이 폭등했던 시절인 1970년대와 80년대에 부동산에 투자하라는 은행의 권유를 '기업가의 본분이 아니다'며 단호히 거절한 것으로 유명하다.)
-기업가의 자질과 덕목중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으로 보십니까.
"인격입니다.
건전하고도 훌륭한 인격을 갖춰야 합니다.
센스와 리더십도 물론 중요하지만 올바른 가치관과 윤리의식 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기업가는 남을 위해 일한다는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주변 환경이 어려워도 참고 고생을 감당할 각오를 가져야 합니다.
기업인으로서 올바르게 사는 방식은 '정직' '근면' 등 인간사회의 기초적 도덕과 규율을 지키는데 있습니다."
-30,40대의 젊은 세대들에게 의자를 물려주고 노인 세대는 뒤로 물러나자고 주장하신 적이 있습니다만 왜 그같은 생각을 하시게 됐습니까.
"나이든 사람은 아무래도 주위와의 마찰을 피하고 조화롭게 지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큰 변화와 개혁에 소극적일 수 밖에 없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지금의 일본 사회는 긴장감을 상실했으며 부패와 사회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전체적 리더십은 고령자들의 손에 있습니다.
이를 과감히 뜯어고치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나서지 않으면 안됩니다.
개혁에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일본의 과거 역사에 비추어 보더라도 메이지유신과 패전 후 경제부흥에는 모두 젊은이들이 앞장서 큰 일을 해냈습니다.
경험이 미흡하더라도 젊은이들이 개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고령자들은 일선에서 용퇴하자고 주장한 것입니다."
-물러나자는 주장은 정계도 포함되는 것입니까?
"정.재계는 물론 관계도 포함해 이야기한 것입니다.
일본의 세대교체는 절대 필요합니다.
용퇴 발언에 대해 좋은 지적을 했다는 찬사는 많았지만 반론을 제기한 사람은 아직 없습니다."
-나이든 세대에서는 젊은이들이 눈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패기도 부족하다는 지적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만.
"젊은이들에게 일을 맡기는데 대해 물론 불안감도 있습니다.
하지만 책임을 지게 되면 달라집니다.
긴장감을 갖게 되고 기회에서 힘과 용기를 발휘하게 됩니다.
반드시 변할 것으로 봅니다.
위기를 거치면 더 강인해질 것입니다.
젊은이들의 능력에 겸대를 걸고 있습니다."
-중국의 고도성장을 바라보는 주변 국가들의 시선이 복잡합니다.
일본 정.재계에서도 중국의 급성장에 불안감을 가지며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습니다만.
"나의 기본적 시각은 적으로 보지 말고 끌어 안아야 된다는 것입니다.
불가분의 협력관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동반자적 관계를 추구해야 합니다."
(그는 일본 산업계에서 확산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에 대해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대국답게 의연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80년대를 전후한 시기에 미국이 막대한 무역적자를 감수하고도 일본에 첨단기술을 전수해 주고 시장을 열어 주었던 점을 일본은 기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7세(1959년)때 지금의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적 기업으로 키우셨습니다.
기업가의 경을 걷지 않았다면 어떤 인생을 살았을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연구에 매달려 살아 왔을 겁니다.
연구실에서 한눈 팔지 않고 실험과 씨름하는 인생을 살았겠지요."
< yangsd@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