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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순,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뉴욕 경제인들의 모임인 이코노믹클럽에 연사로 초청됐다.
그는 전반적인 미 경제상황을 설명하면서 특히 부동산시장에 대해 중요한 언급을 했다.
미국이 더블딥(짧은 회복후 재침체)에 빠지지 않은 것은 견고한 소비지출덕이었으며, 이 소비지출을 받쳐준 것은 부동산가격의 상승이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그러나 2003년에 부동산 버블이 갑자기 꺼질 경우 경제는 큰 충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말대로 올 세계경제는 부동산시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부풀어 올랐던 부동산버블이 지속되거나 서서히 꺼질 경우 세계경제에는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경기회복세가 예상과는 달리 지지부진해 부동산가격이 급락, 부동산버블이 붕괴되면 세계경제는 크게 흔들릴 것이라는게 세계경제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지난해 미국 주택가격은 평균 9% 오르고, 영국 호주 스페인의 주택가격은 6-7%씩 상승했다.
경기침체 언저리에 놓여있는 프랑스에서도 주택값은 5.5% 올랐다.
미국가계의 경우 지난해 주택담보대출은 전년보다 19%(8500억달러) 급증했다.
이 때문에 미국은 가계부채가 가처분소득의 1백6%로 사상 최고수준에 이르는 부작용에 직면해 있다.
이는 과거 경기둔화기에 가계빚이 준 것과는 딴판이다.
세계 중앙은행격인 국제결제은행(BIS)가 얼마전 "경기 및 증시부진이 장기화되면 결국 주택가격 상승세가 꺾이고 이는 소비둔화와 경기침체를 낳는 악순환을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한 것도 이같은 현실의 대변해 주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동시에 그 자산을 근거로 한 신용공여가 급증할때 금융시장은 큰 위험에 직면할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 미국 등 일부 선진국들의 가계는 주택값이 급락하고, 금리마저 오르면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로 인한 가계경제의 부실화는 소비감소로 이어져 세계경제의 회복력이 약해질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경제뉴스전문인 블룸버그통신은 "2003년 세계주택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년이상 오름세를 보여온 부동산시장이 사이클상으로 볼때 올해에는 하강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을 담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버블 붕괴현상이 10년이상 진행중인 일본에서는 올해 신규공급될 사무실면적이 도쿄에서만 부동산 거품이 한창이던 1980년대말의 2배인 2백18만평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임대료폭락 등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버블의 갑작스런 붕괴를 막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부동산담보 대출을 하는 금융기관들이 중앙은행에 일정한 금액을 예치하도록 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그동안 1-2%대의 낮은 인플레만 주목하고 부동산시장의 거품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통화당국이 전체 물가를 목표범위에서 유지하는데 만족할게 아니라,개별 자산시장의 거품을 다스리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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