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 강한 경제] 토론.비판문화 도입...관료사회 벽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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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0년 벤처업체를 경영하던 L사장을 처음 만났을때 일이다.
정부가 각종 벤처 육성책을 내놓던 시절, 그에게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진짜 해야할 일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눈치였다.
얘기는 그보다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사장은 지난 97년 국내 최초로 3차원 게임 '왕도의 비밀'을 개발, 대한민국 게임대상 등 각종 게임 관련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상품화를 위해 정부에 등급 신청을 요청하자 정부는 이 게임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매겼다.
게임 시장의 주축이 중.고생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품화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았다.
결국 그가 애써 만든 상품은 금새 골동품이 됐다.
공무원들이 문화산업이나 새로운 세대의 정서를 이해했다면 '왕도의 비밀'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또 다른 일화 하나.
지금은 유학을 준비중인 행정고시 출신 전직 공무원 K씨가 전한 경험담이다.
그는 문화관광부에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기대와는 달리 조직이 비효율적이었고 '관료주의'의 폐해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K씨는 젊은 직원들과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며칠후 일과 시작 전 이들은 회의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국장급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당장 해산하라는 명령이었다.
관료들의 극단적 '토론과 비판 기피증'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젊은 한국인들이 기존 세대와 다른 점은 바로 토론 문화다.
이들의 부상으로 공직사회와 공공부문에도 활력이 넘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전제는 그러나 관료사회의 개혁이다.
아무리 참신하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나와도 관료사회는 이처럼 이를 짓눌러 버릴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일반 기업에선 보기 어려운 마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공직 사회가 움직이는 건 사명감이요, 봉사정신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보람이다.
마침 싹트고 있는 토론문화를 공직 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공유가치를 함께 인정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공직사회 전반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
정부가 각종 벤처 육성책을 내놓던 시절, 그에게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진짜 해야할 일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가만히 있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럴만한 사연이 있는 눈치였다.
얘기는 그보다 3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L사장은 지난 97년 국내 최초로 3차원 게임 '왕도의 비밀'을 개발, 대한민국 게임대상 등 각종 게임 관련 상을 휩쓸었다.
그러나 상품화를 위해 정부에 등급 신청을 요청하자 정부는 이 게임에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을 매겼다.
게임 시장의 주축이 중.고생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상품화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았다.
결국 그가 애써 만든 상품은 금새 골동품이 됐다.
공무원들이 문화산업이나 새로운 세대의 정서를 이해했다면 '왕도의 비밀'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운명을 맞았을 것이다.
또 다른 일화 하나.
지금은 유학을 준비중인 행정고시 출신 전직 공무원 K씨가 전한 경험담이다.
그는 문화관광부에 출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기대와는 달리 조직이 비효율적이었고 '관료주의'의 폐해도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이를 보다 못한 K씨는 젊은 직원들과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며칠후 일과 시작 전 이들은 회의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국장급 공무원들이 들이닥쳤다.
당장 해산하라는 명령이었다.
관료들의 극단적 '토론과 비판 기피증'이 그대로 드러난 대목이다.
젊은 한국인들이 기존 세대와 다른 점은 바로 토론 문화다.
이들의 부상으로 공직사회와 공공부문에도 활력이 넘칠 것이란 기대가 많다.
전제는 그러나 관료사회의 개혁이다.
아무리 참신하고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나와도 관료사회는 이처럼 이를 짓눌러 버릴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일반 기업에선 보기 어려운 마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공직 사회가 움직이는 건 사명감이요, 봉사정신이다.
그리고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를 발전시킨다는 보람이다.
마침 싹트고 있는 토론문화를 공직 활성화의 계기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런 공유가치를 함께 인정하고 지키려고 노력하는 공직사회 전반의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