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신년대담] (2) 강봉균 <국회의원>-정창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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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됐지만 지난해 이후 한국 경제를 압박해 온 '불확실'의 짙은 안개는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설비투자와 산업생산 수출 등 지표상의 경기는 회복세가 뚜렷한데도 증권시장은 맥을 못추고 있고, 기업과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도 아직은 호전될 기미가 없다.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는 북한 핵 사태와 임박한 미.이라크 전쟁, 여전히 부진의 늪을 헤매고 있는 미국 일본 유럽 경제 등 외부 환경도 호재보다는 악재가 더 많은 상황이다.
오는 2월25일 취임할 노무현 당선자가 이런 와중에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7% 성장'을 달성하고, 새 정부로 미뤄진 주5일근무제도 등 개혁과제와 하이닉스 등 부실기업 처리 등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주목된다.
강봉균 민주당 의원(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정창영 연세대 교수(한국경제학회장)의 대담을 통해 올해 예상되는 주요 경제현안과 새 정부의 대처방안을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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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의원 =최근 경제상황에 대해 불안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런 불안심리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수출 성장 등 거시경제는 물론 가계대출 부동산시장 등 실물부문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기업들도 사상 최대 순익으로 자금사정이 좋은 상태입니다.
다만 산업간의 고른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컨대 수출이 늘고 있지만 정보통신 분야 등 몇몇 업종을 빼고는 상황이 좋다고 볼 수 없지요.
정창영 교수 =국내외로 악재가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미.이라크 전쟁은 빨리 종결되면 괜찮겠지만 4개월이상 끌면 국제유가가 40달러선까지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북핵 문제 역시 큰 문제입니다.
북핵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라고 하지만 쌍둥이 적자(재정수지와 국제수지의 동시적자 상황)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어서 그 역할을 얼마나 할지도 의문입니다.
새 정부는 노사문제 등 내부 문제도 잘 풀어야 하겠지만 이런 대외변수들을 잘 읽고 대처하는게 중요합니다.
강 의원 =동감입니다.
새 정부는 세계 경제의 흐름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경제운용 계획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동북아 비즈니스.물류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경제정책의 핵심전략으로 세운 것도 그런 맥락에서입니다.
중국이 세계 생산공장이라고 하지만 약점도 많습니다.
싼 임금은 강점이지만 정치 민주화가 되지 않아 시장경제에 한계를 보이고 있습니다.
금융의 핵심은 정보화인데 중국은 정보유통이 자유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강점으로 삼아 도약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금융중심국이 되는 것입니다.
일본도 지금은 동북아에서 금융시장 중심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경기가 퇴조하고 있어 점점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우리나라가 금융중심지로의 도약을 위해 기반을 닦으면 올해 성장률 5%에다 1~2%의 추가적인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7%라는 목표치에 매달려 무리한 부양정책을 쓰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정 교수 =새 정부는 앞으로 5년 정도는 앞을 보고 정책을 세워야 합니다.
정부는 5년마다 바뀌지만 국가는 영속적인 것입니다.
예를 들어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의 급진전은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인데 이에 대한 준비를 지금부터 서둘러야 합니다.
또 대외개방에서 끌려다니지만 말고 농업의 비(非)교역적인 기능을 감안해 주곡(主穀)만은 자급해야 한다는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합의를 구해야 합니다.
아울러 현재와 같은 노사관계로는 세계적인 지식기반 사회에서 경쟁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노조는 특히 적대적이고 전투적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이를 협력적인 노사관계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강 의원 =노조가 전투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문제는 제도적인 장치로는 풀 수 없다고 봅니다.
노사관계는 산업평화라는 큰 물줄기가 잡혀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노조의 상대는 기업입니다.
노사갈등이란 기본적으로 노동자들이 기업을 믿을 수 없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서로 신뢰를 찾는게 기초입니다.
기업들이 신뢰를 찾으려면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투명성을 위해서는 정경유착을 해소해야 합니다.
정경유착을 없애려면 정치개혁이 필수적입니다.
이런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지 않고 정부가 노조를 달래는 식의 정책으로만 노사문제를 푸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 교수 =맞습니다.
매년 파업 때문에 입는 피해는 실로 엄청납니다.
근로손실일수로는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런 체제로는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한국이 살아남기 힘듭니다.
올해도 당장 공기업 민영화나 주5일제 도입 등을 놓고 노사간에 갈등이 빚어질 요인이 많습니다.
노 당선자가 노동현실을 잘 아는 만큼 적극적으로 노사를 중재해서 임기 안에 산업평화의 근간을 닦아 놓아야 합니다.
강 의원 =그렇습니다.
한가지 더 짚어야 할게 있습니다.
일부에서 노 당선자가 친 노동자적이며 분배를 중시한다고 지적합니다.
때문에 기업들이 불안해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불안해 할 하등의 이유가 없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의 소득분배 구조가 악화됐습니다.
이는 정책실패 때문이라기 보다는 실업사태 때문입니다.
부동산가격이 뛰어오른 것도 한 이유죠.
현 정부는 생산적 복지제도 등을 통해 대처했지만 외환위기 전으로 되돌려 놓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새 정부가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할 부분입니다.
해법은 성장과 분배를 조화시키는 것입니다.
일자리 확대와 근로자의 조세부담 경감, 근로자의 재산형성을 뒷받침하는 정책이 필요할 것입니다.
재정정책도 저소득층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보강하고 국민 임대주택 50만호를 건설해 주택문제를 해소하며,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은 고소득층 자영업자의 부담을 늘리는 등의 방향으로 펼 것으로 압니다.
이런 것들이 분배정책의 골자가 될 것입니다.
기업들에 부담을 주는 남미식의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에 근거한 분배정책은 없을 것입니다.
정 교수 =새 정부는 재벌 개혁문제에도 상당한 의욕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 보다는 기존 제도가 뿌리내릴 수 있게 후속조치를 꾸준히 추진해 나가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강 의원 =대기업들은 아직도 일부 남아 있는 지난 30년간의 의식과 관행을 확실하게 고쳐야 합니다.
사외이사제도가 겉도는 것은 기업측의 의지가 부족해서입니다.
기업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기업환경을 돕기 위한 것이지 해롭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앞으로 5년동안은 재벌개혁이 상당한 진전을 볼 것으로 기대합니다.
깨끗한 선거를 한 만큼 기업과 관료들에게 부정부패 해소를 요구할 명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 교수 =그렇다고 정부가 너무 일방적으로 기업들을 몰아붙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부와 시장의 역할은 상호보완적이어야 합니다.
정부는 시장 기구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하고 이행상황을 감시하는데 충실해야 할 것입니다.
노 당선자도 다짐했듯이 새 정부가 충격적인 조치로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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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봉균 의원 약력 ]
1943년생
68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72년 미국 윌리엄스대 대학원 졸업
96년 정보통신부 장관
98년 대통령 정책기획수석 비서관, 경제수석비서관
99년 재정경제부 장관
2001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2002년 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현)
[ 정창영 교수 약력 ]
1943년생
67년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71년 미국 남가주대 경제학 박사
80년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96년 연세대 경영대학원장
99년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
2000년 연세대 행정.대외 부총장(현)
2002년 한국경제학회장 겸 대통령자문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현)
정리=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