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곧은 詩心...굽이친 인생길..구상 자전詩文集 '모과 옹두리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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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시인 구상 선생(84)의 구상문학총서 제1권인 '모과 옹두리에도 사연이'(홍성사,1만5천원)가 출간됐다.
이 책은 한평생 선비와 같은 올곧은 삶을 살아온 선생의 일대기를 시와 산문으로 엮어낸 자전 시문집이다.
특히 와병중인 선생이 심신의 안위를 돌보지 않고 손수 편집하고 감수해 엮었다는 점에서 이번 출간은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모과 옹두리는 모과의 울퉁불퉁하고 모난 부분을 지칭하는 것으로 삶의 온갖 구비를 거쳐온 선생 자신의 인생을 빗댄 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부터 80년대까지 현대시학지에 50여회에 걸쳐 연재한 90여편의 연작시에 최근 만든 시 10편을 더해 모두 1백편의 시를 실었다.
여기에 여러 문예지에 발표한 산문들과 오상순 이중섭 이기련 김광균 김익진 마해송 중광스님 등 선생이 교류를 맺었던 사람들과의 추억담을 담은 '내가 만난 기인일사'를 함께 실었다.
"대향(이중섭의 아호)은 문자 그대로 천진무구하리만큼 착했다.
언제인가 내가 병상에 누워있을 때도 도화지에다 큰 복숭아 속에 한동자가 청개구리와 노니는 것을 그려가지고 와서는 불쑥 내밀었다.
'그걸 상이 먹구 얼른 나으라고 이 말씀이지'하고 겸연쩍은 듯 또 히죽 웃었다."(이중섭과의 만남 중)
그는 또 반세기를 훌쩍 넘어선 시업(詩業)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을 고백하고 있다.
"나는 시에 매달린지 50여년/이건 원고지를 마주하며/노상 백지일 따름이니/하도 어이가 없어/남의 말하듯 하자면/길 잘못 들었다.
(중략) 하지만 이제 어찌하랴/돌이킬 수도 그만둘 수도 없고/또 결코 뉘우치지 않는다."(연작시 99)
작가 스스로 자신의 사상을 가장 잘 담은 시라고 말한 '오늘'중 '마음이 가난한 삶을 살아야 한다/마음을 비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대목에서는 노시인의 궁극적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엿볼 수 있다.
1919년 함경도 원산에서 출생한 선생은 '북선매일신문'기자생활을 시작으로 20여년 넘게 언론인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카톨릭문우회와 국제펜클럽한국지부 회장직을 역임했다.
대한민국문학상 대한민국예술원상 국민훈장 동백장 등을 수상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