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숯장수의 아들인 클레버 블랙이 거상(巨商)의 꿈을 안고 대도시의 대형 매장 '드림 마켓'에 취직했다. 마을 장로의 친구인 이 매장의 사장은 클레버를 일찌감치 쫓아낼 생각으로 클레버에게 값이 너무 비싸 팔리지 않는 수입도자기를 맡겼다. 그러나 클레버는 도자기들을 힘들이지 않고 척척 팔아치웠다.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네거티브 광고'라는 마케팅 기법이다. 클레버는 종전보다 가격표를 크게 써붙이고 그 밑에 이런 안내문을 곁들였다.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 부담스러운 분은 구매를 자제해주십시오.' 그러자 고객들은 "이 정도 가격이 내게 부담스럽다고? 이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보고…"라며 발끈,도자기를 잇달아 사갔던 것이다. '진짜 장사꾼 클레버'(구교열 지음,문학세계사,8천원)는 시골청년 클레버가 점원으로 시작해 대형매장의 최고경영자가 되기까지 갖은 난관을 헤쳐나가는 과정을 통해 48가지 마케팅 기법을 동화와 퀴즈형식으로 설명해준다. 괴짜발명가가 파리를 키우기 위해 만든 '파리새장'이 팔리지 않자 클레버는 물건의 이름만 '파리잡는 장치'로 바꿔 몽땅 팔아치웠다. '파리새장'이 파리가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게 고안된 데 착안한 것.잘 팔리지 않는 제품을 약간의 손질만 해서 내놓는 '리뉴잉(renewing)전략'으로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심장병치료제에서 발기부전치료제로 탈바꿈한 '비아그라'와 가전제품 네트워크 프로그램으로 개발됐다가 인터넷 전용프로그램으로 사용된 '자바'도 리뉴잉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저자는 위기를 지혜롭게 넘기며 승승장구하는 클레버의 이야기를 통해 '제휴마케팅''날씨마케팅''애국마케팅'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흥미롭게 알려준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