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 환경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불확실성"이다. 미국 경제가 언제쯤 살아날지,새 정부의 기업 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이라크 전쟁이 발발할지 그래서 국제 유가는 어떻게 움직일지 등의 질문에 아직 명쾌한 해답은 없다. 불확실한 만큼 경영자들은 움츠리게 돼 있다. 자칫 성과도 없는 곳에 경영자원을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대박"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남들이 보지 못한 기회를 찾으면 "위험한 만큼 높은 수익(high risk,high return)"을 올릴 수 있다. 올 한해 경영자들은 위험회피,위험감수의 두 갈래 선택을 저울질 하는 동시에 기업 체질을 유연하면서도 탄력적으로 바꾸는데 힘을 쏟을 전망이다. 예상되는 경영 트렌드를 짚어본다. ◆윤리경영을 통한 투명성 높이기 새 정부가 '재벌 개혁'을 강조하면 대기업들은 움츠릴 수밖에 없다. 이미 그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출자총액제한 유지 △집단소송제도 조기 도입 등 노무현 대통령당선자나 인수위원회 사람들의 입을 통해 가닥을 드러내고 있는 새 정부의 대기업 정책은 '투명성'이 골자다. 이에 따라 △획기적인 지배구조 개선 △윤리 경영 강화 △전사적인 사회공헌활동 전개 등을 선언하는 업체들이 눈에 띄게 늘 것으로 보인다. ◆인재 확보와 신뢰 경영 내적인 경영 과제로는 올해도 인재 확보가 최우선 순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의 박용오 회장이 올 신년사를 통해 우수 인력에 대해 '시장 최고 대우'를 해주겠다고 공언하는 등 인재 확보 경쟁은 대기업그룹 전체로 확산될 조짐이다. 신뢰경영을 통해 기존 핵심인력들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과제가 될 전망이다. 기존 사원들의 박탈감을 최소화하면서도 스카우트한 인재들을 제대로 활용하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운용의 묘를 찾아야 한다. ◆다시 부각될 생산성과 효율 시장수요 조기 회복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을 높이는 방법은 역시 생산성과 효율에서 나온다. 특히 주5일제 조기 실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어떻게 하면 적은 시간에 많이 만들 수 있을지가 과제가 된다. 생산 제조 판매 유통 등의 모든 프로세스가 점검 대상이다. '6시그마 혁신운동' 'TOC(제약조건이론) 혁신활동' 등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부문을 빼고 모든 것을 외부에 맡기는 아웃소싱(outsourcing)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사업 포트폴리오의 재정비 경영자들은 수년째 '5년 후,10년 후 뭘 먹고 살 것인가'의 문제에 매달려 왔다. 이미 적잖은 기업들이 중장기 비전을 마련했다는 소문이지만 공개는 않고 있다. 미래 고수익이 예상되는 '스타'사업들을 전진 배치하고 현금벌이 사업들을 '캐시카우'로 삼아 전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돈 안되는 사업들을 과감히 포기하는 과정에서 사업 포트폴리오의 전면적인 재정비 작업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유연성을 높이는 구조조정 가속화 소비자들이 더욱 변덕스러워지고 경쟁양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상황에서는 이들을 상대하는 기업 조직도 유연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 지난 5년간 구조조정 과정에서 기업들은 인원을 줄이고 사업구조를 단순화하는 등 슬림(slim)화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얇아진 조직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고도의 탄력성을 갖춘 유연성이다. △탄력적인 팀제 △태스크포스 △사내 분사 △매트릭스 조직 등을 도입하는 조직개편 작업이 연중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