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 한국경제교육학회 회장(한양대 경제학과 교수) > 우리나라 중.고등학생들중 부모의 연봉이나 퇴직금 규모를 아는 학생은 거의 없다. 심지어 대학생들도 부모의 직책이나 직무 등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시장경제 시스템과 시장실패, 외환위기의 발생원인 등을 설명할 수 있는 학생도 드물다. 우리나라의 최저 임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수준도 모른다. 자산운용을 위한 포트폴리오나 주식투자 또는 창업에 대한 이해 역시 부족한 형편이다. 이처럼 학생들이 경제문제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정 및 정규 교육과정에서 경제교육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세칭 명문대학의 입학에만 매달리고 가정에서도 '집안걱정은 하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고 주문한다. 선진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통해 자신의 용돈을 마련한다. 이에 비해 한국에서는 수입이 전혀 없는 10대 청소년들의 지출이 전체 가계소비지출에서(내구소비재 등은 제외) 차지하는 비율이 지나치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소위 'N세대'들은 겉으로만 봐서는 이들 가정의 경제형편을 알 수 없을 정도다. 이처럼 가정과 학교교육에서 청소년 경제교육이 간과됨에 따라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우선 청소년들이 사회에 나와서 시장경제 시스템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규모있게 돈을 벌고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 신용불량자가 양산되거나 여유자산을 투자하는데 미숙해 큰 낭패를 보기도 한다. 나아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문제를 제대로 판단하기 어렵다. 청소년들의 경제의식 수준을 높이려면 가정과 학교 모두 변해야 한다. 부모들부터 경제문제에 관심을 갖고 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한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모의 주식투자나 모의 무역거래 등을 통해 아이들이 살아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한국의 교과과정도 실용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급변하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가르쳐야 한다. 능력있는 사람이 부(富)를 축적하는 것이 아이들 눈에 부정적으로 비춰져서도 안된다. 자본주의의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부정하는 것은 개인이나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소년들이 학교에서부터 성장 및 분배문제 등을 균형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청소년들이 시장경제를 비하하고 경제지식 습득을 등한시할 경우 이는 궁극적으로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