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게 경제교육을] 제1부 : (1) 설문조사 : 청소년 경제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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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청소년들의 경제지식 수준은 예상보다 낮았다.
경제 주체가 무엇인지, 각 주체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이해하는 학생들은 매우 적었다.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부문을 경제주체가 아닌 '국민'으로 답한 학생이 36.9%에 이를 정도였다.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인식도 부실했다.
청소년들의 낮은 경제의식 수준은 무엇보다 학교 교육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 교육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은 이론 교육에 치우친 탓으로 분석된다.
학교에선 배울게 없다
조사대상 청소년들은 대부분 교실이 아닌 다른 경로를 통해 경제지식을 습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지식을 학교에서 얻는다고 답한 학생은 10명 가운데 2명(19.2%)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54.0%의 학생들이 신문 방송 등 언론매체를 통해 경제를 배운다고 했다.
인터넷(18.4%)이 경제교육에서 차지하는 학교의 위상을 넘보고 있다.
김정호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원은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쏟아지는 경제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용할 경우 왜곡된 지식을 전수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실생활과 괴리돼 있다는 것.
응답자의 절반(49.9%)이 교실의 경제교육이 실제 생활과 관계가 없다고 답했다.
이런 응답은 고학년일수록 높아져 고등학생들의 56.7%가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창업에 대해 생각해 봤다"(32.1%)는 학생들도 관련 지식의 대부분을 언론매체(35.0%)나 인터넷(33.3%)을 통해 처음 접했다고 대답했다.
학교는 여기서도 여전히 10%대의 미미한 역할만을 담당했다.
성장보다는 복지
시장경제 체제에 대한 인식도 전반적으로 부족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경제성장의 개념을 묻는 대목.
'우리나라 경제가 잘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32.2%의 학생이 '완벽한 복지제도'를, 32.1%가 '빈부격차의 해소'라고 답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이 되는 것'이라고 답한 학생은 16.3%였고 '국민소득이 높아지는 것'을 선택한 학생은 겨우 0.8%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취약점'을 묻는 질문에도 '빈부 격차'를 한국 경제의 약점으로 꼽은 청소년의 비중이 44.0%로 가장 많았다.
'국가경쟁력 약화'(18.3%)나 '기술 부족'(10.4%)이라는 답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왔다.
한양대 손정식 교수(경제학)는 "빈부격차 해소, 복지제도 확충 등 미시적인 목표에 치우쳐 인식하고 있는 것은 전체 경제를 조망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돼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