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짓는 아파트엔 앞베란다 옆에 따로 만들어진 에어컨 실외기 박스가 있다. 베란다 안에 두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기어코 밖에 실외기를 내다는 집들 때문에 외벽이 지저분한 기존 아파트와 달리 새 아파트는 깔끔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베란다 새시문을 닫아도 될 테니 자동차 소음과 실외기 모터 소리를 안들어도 되고 장마 때 비가 들이칠 걱정도 없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경기도 일산 풍동의 쌍용아파트처럼 현관에서 부엌쪽 뒷베란다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 곳도 있다. 야채나 생선 등 장봐온 찬거리를 거실을 거치지 않고 주방으로 곧장 들여갈 수 있게끔 설계한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결과만 보면 '콜럼버스 달걀 세우기'나 다름없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필요한 건데 오랫동안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변화나 개선이란 이처럼 고정관념이나 관행을 깨고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는데서 비롯된다. 개인이나 가정도 마찬가지다. 습관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하듯 소비패턴과 발상을 조정하면 보다 알찬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효율적인 경제생활을 위한 첫걸음은 뭐니뭐니 해도 계획과 작은 돈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태도다. 새해초 계획이 중요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연초 생일 기념일 어버이날은 물론 졸업.입학 회갑.칠순 등 집안 대소사를 미리 파악해 달력에 표시해 두고 분기별 지출계획을 세운 다음, 백화점 세일이나 사은품 증정 행사 등을 활용하면 무심코 있다가 눈앞에 닥쳐 해결하려 할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잘 대처할 수 있다. 월급쟁이에겐 절세만큼 중요한 재테크도 드문 만큼 1월에 내면 10% 할인해 주는 자동차세 선납제도도 활용해 봄직하고, 연말 세금정산 때 공제받을 수 있는 내역도 잘 살펴야 한다. 올해는 일반 신용카드보다 직불카드의 공제대상 비율이 10% 더 높고, 의료비 공제대상에 건강진단비가 포함된다. 올해는 일상생활과 관련, 달라지는 내용도 많다. 방문판매원에게 산 물품은 14일,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한 것은 7일 이내에 취소할 수 있고, 자동차 등록시 번호판을 두 가지중 고를 수 있는 데다 이사한 뒤 전입신고만 하면 사용자가 자동 이전된다. 좋아지기만 하는 건 아니다. 종래엔 제한속도를 20km 이상 초과하면 일률적으로 범칙금 6만원, 벌점 15점이었으나 올해부터는 40km 이상 초과할 경우 범칙금 9만원, 벌점 30점으로 대폭 높아진다. 서점이나 약국 등 작은 가게에서도 1회용 봉투를 주지 않게 된 만큼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를 습관화해야 한다. 경제신문을 꼼꼼히 보면 이밖에도 알아두면 요긴한 사항들이 많으므로 잘라서 냉장고에 붙여 놓고 종종 참고하면 좋다. 홈쇼핑 등을 통해 충동구매하지 않도록 반기에 한 번쯤은 지니고 있는 물건 가운데 안 쓰는 건 없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1년에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면 괜스레 묵히지 말고 잘 손질해 필요한 곳에 기증하거나 물물교환센터 등을 이용해 다른 물건과 바꾸는 것도 합리적 방법이다. <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