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열며] 새 정부의 경제 과제..朴容晟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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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월 25일이면 많은 기대속에 새 정부가 출범한다.
그러나 새 정부가 직면하게 될 대내외 경제상황은 난관이 적지 않다.
경기가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수출 또한 선진국 경기의 불확실성과 중국의 급부상으로 불투명성이 커지고 있다.
기업·금융개혁 성과와 대비되는 공공 및 노동개혁의 부진은 경제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기업의 해외탈출 러시와 제조업 공동화는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될 긴박한 문제다.
최근 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전체 응답기업의 78%가 공장을 해외로 옮겼거나 이전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이 기업하기 힘든 우리나라를 피해 임금이 낮고 규제가 적은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떠나고 있는 것이다.
제조업공동화는 실업증가와 경기침체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전세계 5백대 기업의 절반가량을 유치하면서 기술수준까지 급상승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기업의 5분의 1이 중국으로 이전해 심각한 산업공동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대만의 경우를 타산지석으로 삼지 않으면 안된다.
만약 새 정부에서도 기업환경 개선약속이 실현되지 않으면 기업의 해외탈출은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바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기업이 정부로부터 최소한의 간섭을 받으면서 시장원리에 따라 마음놓고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우리 기업인이 새 정부에 거는 기대가 각별한 것은,새 정부가 이같은 여건 조성을 위한 의지와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는 먼저 기업을 옥죄고 있는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푸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국민의 정부가 수천건의 규제를 폐지했다고 하지만 이는 양적인 성과이고,기업의 발목을 잡는 핵심규제들은 여전한 게 현실이다.
특히 창의적인 기업활동을 억제하는 2중 3중의 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해 기업을 둘러싼 여건을 자유롭게 해주어야 한다.
대립적인 노사관행을 기업과 근로자가 모두 이익을 보는 상생의 노사관계로 바꾸는 일도 중요하다.
현재의 노사분규는 생존차원이라기보다 정치적인 힘겨루기 차원의 분규가 대부분이다.
이같은 분규에 대해서는 정부가 법을 더욱 엄격히 집행할 필요가 있다.
외국기업들이 국내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가 바로 노동부문에서의 낙후된 환경 때문이다.
또 현 정부의 4대 부문 개혁중 가장 미진하다고 평가받는 공공부문 개혁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
크고 비효율적인 정부보다,작지만 강한 정부를 만들어야 급변하는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외환위기 때가 정부개혁을 위한 최적의 기회였으나 부실기업,금융회사 처리에 밀려 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에도 새정부 출범초기에 처리하지 못하면 5년 후에는 다시 크고 약한 정부로 되돌아가게 될 것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재벌개혁을 명분으로 정책을 자꾸 바꾸고,현실과 맞지 않는 제도를 과도하게 도입해서는 기업활력을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집단소송제,주5일 근무제 등 검증되지 않은 제도들은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정부라는 보이는 손,힘있는 손에 의한 규제는 부작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기업 관련 정책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대마불사(大馬不死)의 가정이 무너진 요즘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는 대기업은 없기 때문이다.
현 상황이 위기는 아니지만 어려움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위기의식을 갖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나친 비관과 호들갑은 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나 자만과 방심은 금물이다.
새 정부는 부실기업 정리,공기업 민영화 등 대선으로 유보된 각종 경제현안을 차질없이 추진함과 동시에 기업인의 창의가 존중되고,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일에 매진해 주기 바란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기업,근로자가 합심해서 우리 기업의 현실과 여건에 맞는 정책적 대안을 찾는 지혜를 발휘한다면 해외탈출에 따른 제조업공동화를 막고 선진기술과 자본을 유치해 21세기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