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목 마르다. 물부족은 해가 갈수록 극심해져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최대 적으로까지 꼽히기도 한다. 게다가 식수원마저 오염이 심각해 많은 질병의 원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얼마전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인구 60억명 중 36억명 정도가 위생상태가 나쁘거나 오염된 물을 마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이로 인한 연간 사망자수가 무려 5백만명 이상이라는 것이다. 가장 흔한 자원이었던 물이 점차 고갈되어 가면서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수로를 확보하기 위한 국가간 분쟁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20세기의 분쟁원인이 '석유'였다면 21세기는 '물'이 될 것이라고 한 세계은행의 관측이 아니더라도,물은 석유와 달리 대체재가 없어 물부족현상이 지속되면 국가간 분쟁이 일어날 건 뻔한 일이다. 오는 2025년 세계인구의 절반 정도가 심각한 물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물부족은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유엔은 이미 93년도에 한국을 물부족국가로 분류했다. 지금 추세라면 3년 후인 2006년에는 연간 4억톤,2011년에는 20억톤의 물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물소비는 세계 최고수준이어서 하루 수돗물사용량이 독일의 3배,프랑스의 1.5배나 된다. 물소비의 가장 큰 원인이 목욕이라는 데 선진국에서는 목욕물 절약 캠페인을 벌이면서 '물은 곧 자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유엔은 물부족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올해를 '세계 물의 해(International Year of Fresh Water)'로 정했다. 전세계 5백개의 주요 강 중 절반이상이 오염되거나 말라가고 습지와 호수가 사라지는 상황에서,앞으로 닥쳐올 물부족 재앙을 같이 걱정하고 대책을 세워보자는 의미에서 물의 해를 선포했다는 것이다. 물은 두 말할 나위 없이 모든 생명의 근원이다. 물이 부족하면 당장 생태계가 파괴되고 그에 따른 피해는 우리 인간이 직접 받게 된다. 종합적인 물관리체계가 시급하지만 한 방울의 물도 아껴 쓰고 재이용하려는 노력이 아쉬운 시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