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 경영전문기자의 '경영 업그레이드'] 호황기.불황기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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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경우에 통하는 리더십이란 없다.
전장에서의 리더십과 평화시의 리더십은 달라야 한다.
고통분담을 요구할 때와 사치 자제를 당부할 때는 말투부터 바꿔야 한다.
리더십 모델이 별로 없는 우리나라지만 대비되는 두 스타일이 있다.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현 대통령이다.
경제 정책적 리더십에만 한정시킨다면 YS는 불황기에 어울린다.
국면 돌파가 필요할 때는 앞뒤 가리지 않는 과감함을 보인 그였다.
DJ는 반대로 호황기에 어울리는 지도력을 갖고 있다.
여론에 귀를 기울이고 돌다리도 두드려보는 스타일이다.
경제가 잘 되고 있다면 괜한 무리를 주는 정책을 추진하진 않는 타입이다.
YS는 비교적 호황기에,DJ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정권을 넘겨받았다.
역사는 돌이킬 수 없지만 이 순서가 바뀌었다면 과연 어땠을까.
경제 연착륙을 위해 안정적인 정책운용이 필요했던 90년대 초반에 DJ가,그리고 충격적인 조치가 요구됐던 외환위기 초기 때 YS가 각각의 리더십을 발휘했다면 말이다.
불행하게도 YS는 그렇지 않아도 조심해야 할 시점에서 금융실명제,노동법개정 등 깜짝 놀랄 만한 조치를 과감하게 취했다.
반대로 DJ는 금융기관의 전면적 통폐합도 실시할 수 있었던 집권 초기에 조심조심 하는 바람에 구조조정 기회를 놓친 측면이 있다.
이런 '딱딱한' 리더십이 지난 10년간 경제 쪽에서 성공보다는 실패가 많았던 이유라면 지나칠까.
중요한 것은 리더십에도 유연성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YS와 DJ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버리고 시대가 요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다.
기업경영은 나라 경영의 축소판이다.
각 기업이 처한 환경에 따라 리더들은 언제든 변신할 태세를 갖춰야 한다.
호황기 때는 가정을 포기하라고 해도,개인생활을 양보하라고 해도 종업원들은 받아들인다.
그만한 보상이 있고 또 기회가 많기 때문이다.
불황기 때는 통하지 않는다.
구석에 몰린 종업원들을 들볶아봐야 성과는 적다.
오히려 충성도만 떨어뜨릴 뿐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리면서 수백%의 격려금을 지급한다는 뉴스에 보통 직장인들의 박탈감은 더해가고 있다.
불황기의 리더십,어려운 시절의 지도력을 다시 점검할 때다.
필요하다면 자신만의 평생 스타일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