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여름 TV홈쇼핑이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구매담당자(MD)들의 주요 업무는 가전회사를 쫓아다니며 상품을 공급해달라고 조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5년도 안돼 상황은 반전됐다.


대기업 가전업체들은 지난 2000년부터 앞다퉈 홈쇼핑으로 물건을 들고 찾아오기 시작했고 지금은 홈쇼핑만을 위한 전용제품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4월 삼성전자는 기능은 동일하되 불필요한 치장을 최소화해 가격을 10만원 정도 낮춘 홈쇼핑용 에어컨을 내놓았다.


또 이신우,앙드레 김 등 유명 디자이너들은 올해 홈쇼핑방송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허수경 옥소리 임백천 송도순 등 유명연예인들도 홈쇼핑에서 소비자들을 만나고 있다.


홈쇼핑에서 느껴졌던 싸구려라는 이미지가 거의 탈색된 것이다.


이같은 변화는 TV홈쇼핑이 매년 2배 가까운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LG CJ 현대 우리 농수산 등 5개 정식 TV홈쇼핑업체들의 지난해 매출규모(인터넷이나 카탈로그를 제외한 TV부문)는 3조4천8백75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두업체인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지난해 각각 매출 1조원 돌파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수십평에 불과한 조그만 방송스튜디오에서 1만평이 넘는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버금가는 엄청난 매출을 올린 것이다.


지난 20001년말에 출범한 현대 우리 농수산 등 후발 3개사도 과당경쟁에 따른 우려를 딛고 안정된 출발을 보였다.


TV홈쇼핑 시장은 올해 성장률이 35%선으로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절대매출규모는 4조7천1백40억원(인터넷과 카탈로그 판매액 제외)으로 5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블TV의 광고방송시간을 이용해 상품을 파는 유사홈쇼핑을 포함할 경우 올해 TV홈쇼핑시장규모는 6조원에 달할 것이란 게 업계관계자들의 분석이다.


LG홈쇼핑과 CJ홈쇼핑은 올해 전년대비 26%,33% 각각 늘어난 1조6천억원과 1조5천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웠다.


후발주자인 현대.우리홈쇼핑도 4천억원 안팎인 매출을 올해 6천억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사실상 출범 첫해인 지난해에 소폭의 흑자를 낸 농수산쇼핑도 견실한 성장을 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홈쇼핑이 이처럼 국내 주요 경제연구소들의 예측을 뛰어넘는 성과를 보이고 있는 데는 소비자들의 신뢰가 바탕이 되고 있다.


홈쇼핑회사들은 상품을 만져보지 않고 구매하는 데서 오는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철저한 품질관리를 통해 "믿고 살만하다"는 인식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한국의 홈쇼핑업체들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LG CJ홈쇼핑 등은 홈쇼핑업계에서 세계 최대기업인 미국의 QVC,HSN에 이어 3.4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객단가(1인당 구매액)는 미국보다 2배가량 높은 12만원대에 달한다.


미국은 생활용품 중심으로 판매가 이뤄지지만 국내에서는 가전 가구 보석 의류 등 고가품도 잘 팔리기 때문이다.


위성방송을 이용한 T커머스가 하반기부터 시작될 경우 홈쇼핑은 또 한번 큰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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