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가 금융계를 중심으로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이전처럼 상품만 팔아서는 변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주5일 근무제에 따른 7대 트렌드를 "FREEDOM"으로 요약,발표했다. FREEDOM이란 가족과의 유대 강화(Family),휴식과 오락 선호(Recreation),체험형 소비의 일반화(Experience),학습기회의 증가(Education),복수직업(Dual job),야외활동(Outdoor),매니아의 증가(Mania)를 나타내는 영어단어의 머릿글자로 주5일 근무제로 인한 소비자들의 변화를 요소별로 보여준다. 이런 소비문화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의 매장을 "복합 엔터테인먼트몰"로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품과 문화를 적절히 결합시키는 유통업체만이 주5일 근무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극장을 끼고있지 않으면 장사가 안된다=최근들어 유통매장들은 "영화관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유통매장은 극장이,극장은 유통매장이 고객몰이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 오픈하는 메가박스나 CGV같은 대형 영화관들은 백화점이나 패션몰 등 대형 유통매장에 입점하는 것이 불문율이 됐을 정도다. 극장을 이용한 문화마케팅의 원조는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은 잠실 롯데월드점 외에도 일산.대전.안양점에 극장을 가지고 있다. 이후에 오픈할 대구점에도 영화관이 함께 들어설 계획이다. 현대백화점도 새로 오픈한 목동점에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CGV를 유치했다. CGV가 입점한 지하2층에는 극장과 대형서점,영캐주얼 매장이 새벽 1시까지 영업을 계속한다. 전자양판점도 극장을 이용한 문화마케팅에 열심이다. 용산의 전자랜드21은 지난 연말부터 8개의 상영관을 갖춘 랜드시네마를 오픈했다. 또 강변역에 위치한 테크노마트도 "CGV 강변점"을 고객유치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패션몰들도 지방점을 중심으로 영화관 유치전이 한창이다. 현재 밀리오레 부산점과 수원점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인 메가박스가 입점해 있다. 동대문의 프레야타운도 야간 쇼핑객을 겨냥한 24시간 영화관 MMC를 운영중이다. 다양한 볼거리를 개발하라=영화관 외에도 고객의 나이에 걸맞는 다양한 문화공간이 개발되고 있다. 독특한 시설을 갖춘 곳에는 반드시 "매니아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동대문과 명동의 패션몰들은 중고등학생층을 타깃으로한 공연으로 유명하다. 패션몰들은 건물 앞에 야외 무대를 설치해 밤마다 다양한 공연을 연다. 아마추어 록 그룹과 힙합그룹의 공연은 물론 고객들이 직접 춤과 노래 솜씨를 자랑할 수 있는 장기자랑 코너도 인기가 높다. 부모와 함께 매장을 찾은 아이들을 위한 문화 공간도 늘고 있는 추세다. 밀레오레 수원점도 1백50석 규모의 "어린이극장"을 신설,아동용 애니매이션이나 인형극을 공연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분당점도 점포내에 있는 "어린이 예술극장"을 통해 아이들에게 문화공간을 제공한다. 전자랜드 울산점도 아이들을 맡기고 쇼핑할 수 있도록 아동용 놀이방이 마련돼 있다. 삼성동 코엑스몰에 위치한 메가웹스테이션은 정기적으로 컴퓨터게임대회를 개최해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유명 프로게이머들이 나오는 날에는 관람석이 부족해 서있는 고객이 태반이다. 동대문 패션몰 프레야타운은 지난해 후문 무대에 월미도나 송도 유원지 등에서 볼 수 있던 놀이기구 "타가디스코"를 설치했다. 주5일 근무시대의 백화점 문화센터=주5일 근무제 이후 백화점 문화센터들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주로 주부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에는 남성 고객과 가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다. 특히 여행과 요가,어학 등 가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주말강좌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다.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의 경우 젊은 직장인을 겨냥한 댄스나 악기 관련 주말강좌가 인기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할 수 있는 놀이 프로그램도 수요가 늘고있다. 전체적인 강좌수와 회원수도 점포별로 10~20% 가량 증가추세에 있다. 전반적인 경기 불황의 여파로 창업이나 부업을 희망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전문적인 강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주로 이뤄지는 수업내용은 새로운 프랜차이즈 종목의 선정,상가 입지 고르기,자본금에 따른 업종 선택 등이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서성숙 과장은 "주중에 운영되는 강좌들이 가족들과 함께 강의를 듣고 싶다는 주부회원들의 요구로 주말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며 "본격적으로 주5일 근무제가 실시되면 가족을 타깃으로한 주말 강좌나 전문가 과정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