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보스와 2030을 잡아라.' 2003년 양띠해에 던져진 소비시장의 핵심 코드다. 코보스와 2030의 움직임에 따라 시장이 출렁거린다. 그들은 소비시장의 변화를 주도하는 신주류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 코보스족(族)과 자유화.정보화에 민감한 감성세대 2030. 이들의 구매력은 상품과 서비스의 사활을 뒤바꿀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코보스와 2030세대, 그들은 누구이며 어떤 소비생활을 누리고 있는가. [ 코보스의 세계 ] # 열심히, 풍족하고 자유롭게 이들의 가치관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일만 열심히 하자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방만하게 살자는 것도 아니다. 가능한한 정신과 물질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잘 살아가는 것이다. 제일기획이 연구조사한 '신인류, 코보스를 찾아라' 보고서에 따르면 코보스는 일과 생활을 모두 즐긴다. 제일기획이 인터뷰한 강모씨(35.변호사)는 전형적인 코보스. 그는 "40대까지만 열심히 일해서 충분히 벌고, 50대 이후엔 인생을 즐기며 여유있게 살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교외 1백평 정도의 빌라에서 살면서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을 하겠다는게 그의 목표다. 물질적 풍요 못지 않게 정서적인 가치를 중요시 하는 셈이다. # 자녀교육 최고.최선 선택 자녀 교육에 대해 코보스의 태도는 적극적이다. 무모할 정도로 많은 투자를 하겠다는 태도를 보인다. 최고 교육을 받은 이들이 이런 태도를 보인 점에 대해 제일기획측은 다소 의외였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고 그들이 자녀교육에 무모한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자녀에게 물고기를 주고 잡는 것도 가르치길 원한다. 교육에 많은 돈을 쓰되 후진국형 교육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들에게 유학은 거의 필수코스가 돼있다. 자녀의 성공이 인생의 한 기쁨이라는 인식이다. # 몸에 투자하고 관리한다 제일기획은 조사대상에 이른 20세 이상의 남녀 1백66명중 대부분이 '몸이 곧 나를 말한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건강보조 식품은 필수품이며 운동은 자신감 회복을 위한 수단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건강에 필요한 투자 역시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설문대상중 한 사람인 조모씨(32.컨설턴트)는 매일 헬스장에서 두시간 가량 운동을 한다. "정신없이 바쁘고 스트레스도 심한 직업이지만 운동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디어 프로그램 바이어인 김모씨(36)는 해외출장때마다 비타민이나 로열젤리 등을 잊지 않고 사온다고 말한다. 이들은 먹거리에 남다른 신경을 쓴다. 그들의 냉장고에는 유기농 야채와 과일이 들어 있다. 과일은 필수품이며 야채는 빼놓지 않고 먹는다. # 명품브랜드 제대로 즐긴다 아르마니 휴고보스 제냐를 남성정장으로, 폴로 바나나리퍼블린 갭을 캐주얼로 즐긴다. 명품을 대충대충 사서 입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용도와 품격을 알고 오래 즐기는게 이들의 특징이라고 제일기획은 분석했다. 제일기획이 응답자중 29명의 집을 직접 방문해 조사한 결과는 흥미롭다. 이들은 명품을 잘 알고, 필요성 때문에 구입하며, 제값을 주기보다 되도록 싸게 사서 오래 즐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모씨(31.주부)의 경우 옷장속에 정장은 페라가모, 세인트존, 구찌, 프라다 등을 골고루 갖고 있었다. 디자인은 깔끔하고 심플한 스타일이 주류를 이뤘고 색상은 회색 검은색 베이지색이 대부분이었다. 서씨 등은 꼼꼼히 따져보면 명품 브랜드가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 자동차는 투자이자 즐거움 그들은 자동차를 사랑한다. 자동차는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켜주는 도구라고 보고 튼튼한 차 구입에 주저하지 않는다. 안전을 위해 유럽산 '사브(SAAB)'를 탄다는 응답자의 말이 바로 그것이다. 프리랜서 디자이너인 황모씨는 "남편은 회사에서 나온 SM5를 타고 난 짙은 녹색의 사브를 탄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좀 더 안전하고 넓은 차가 필요해 샀다"고 말했다. 출근은 좌석버스로 하지만 주말을 위해 은회색 '렉서스(Lexus)'를 타는 응답자도 있었다. 남에게 너무 사치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지만 가족을 위해선 적절한 소비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 2030의 세계 ] 소득수준에 비해 소비성향이 매우 높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의 향방을 결정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세대는 외환위기 이후 소비문화를 이끄는 선도계층으로 떠올랐다. 이들은 이른바 신용카드 세대이기도 하다. 지난해 10월말 현재 20.30대 신용불량자가 전체(2백53만명)의 46.4%인 1백17만여명 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그들의 소비성향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이들이 지출하는 정보통신비, 외식비, 교양오락서비스비는 가히 폭발적이다. 소비지출중 통신비 비중은 1991년에 1.9%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 5.4%로 올랐다. 20대의 경우 2.1%에서 6.8%로 급상승했다. 이들은 새로운 휴대폰이 나오면 곧바로 바꾼다. 휴대폰회사와 통신회사가 이들을 대상으로 한 광고를 대폭 늘리고 있는 것도 이들을 잡기 위한 마케팅의 일환이다. 외식비 비중도 도시근로자들의 경우 1991년에 23%에서 2001년에 43%로 늘어난데 반해 20대는 26%에서 49%로 증가했다. 파출부나 가정부 등 가사서비스에 대한 지출도 40대(0.4%), 50대(0.6%)보다 높은 1.1%(20대)와 1.4%(30대)를 기록했다. 문화 레저비용 비중도 3.2%로 소득 상위 30%의 평균지출 규모(2.6%)보다 많았다. 할인매장과 인터넷 쇼핑몰을 누비는 이들은 지출도 심하다. 이같은 소비패턴에 맞춰 등장한 것이 바로 '2030 마케팅'이다. 돈을 많이 쓰는 이들 연령층을 기업들이 놓칠리 없다. 백화점의 캐주얼 정장, 운동화, 색조화장품 매장이 이들로 북적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용카드사들이 내건 2030카드도 이들의 주머니를 노리는 전략이다. 장년세대들이 알듯 모를듯한 광고카피가 쏟아져 나오고 2030세대를 겨냥한 광고시장이 호황을 맞고 있는 것도 2030의 영향력을 말해주는 사례다. 패밀리 레스토랑, 커피전문점, 의류전문점 등이 이들을 주고객으로 삼고 있는 데도 이유가 있는 셈이다. 고기완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