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강행할 경우 석유시장에 어떤 파급 효과가 미칠까. 그간 국제사회가 지대한 관심을 보여온 사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향후를 속단하기 힘들다. 전쟁이 미국의 바람대로 신속히 끝날 경우 오히려 석유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유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낙관론과 함께 잘못하면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으면서 내년에도 40달러 이상이 유지되는 파국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인지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도 이라크전 위협과 관련해 석유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부시의 경제보좌관이던 래리 린지가 지난해 9월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권이 전복되면 "세계시장에 대한 석유 공급이 하루 300만-500만배럴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언급했으나 백악관이 이 발언을 즉각 철회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린지는 얼마 후 경제팀 경질에 포함됐다. 하루 200만-250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이라크가 확인된 세계 원유 매장량의 약 10%를 갖고 있는 점도 세계 석유시장의 신경을 곤두세우게하는 부분이다. 이라크의 확인 매장량은 1천120억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 다음으로 많다. 서방 석유업계는 후세인 정권이 최악의 경우 자기네 원유 설비를 파괴하는 극단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음을 우려한다. 낙관론자들은 이라크 사태가 `원만하게' 종결될 경우 1년 안에 이라크의 산유량을 하루 300만배럴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그리고 10년 안에 두배로 늘리는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 이들의 관측이다. 물론 이라크 석유산업 개선을 위해 몇십억달러의 자금이 먼저 투입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라크전 발발시 시나리오는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이라크 유전이 손상되지 않는 상황에서 전쟁이 신속히 끝나는 것과 유전이 심각하게 파괴되면서 장기전으로 비화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즉 이라크전이 재발될 경우 지난 91년과 유사하게 유가가 일단 배럴당 40달러선을 넘어설 것이나 3개월 안에 예전 수준으로 떨어진다는 것. 오히려 공급이 늘어나 더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따라붙는다. 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심각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배럴당 80달러대까지 치솟고 2004년에도 40달러 이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경제회복에 심대한 타격이 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미국에서조차 유류 배급제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조지 페리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세계 석유시장에 대한 공급이 하루 700만배럴 가량 줄어들 경우 유가가 지금보다 3배 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라크와 총파업이 이어지고 있는 베네수엘라 두나라의 하루 석유 공급량이 500만배럴 가량임을 상기시켰다. 베네수엘라는 총파업으로 인해 현재 석유 공급이 평상시의 10%에도 못미치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근 6억배럴을 포함해 전세계의 비축유가 현재 40억배럴 가량이라면서 계산상으로 114일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급 석유가 하루 600만배럴 이상 줄어들면 비축유로만 버티기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경우 비축유를 하루 200만배럴씩 쓴다고 가정하면 286일 가량 견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관리들은 최악의 경우 미국이 하루 470만배럴까지 비축유를 방출할 수 있다고 밝혔으나 실제 가능한 규모는 훨씬 적은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유가는 지난주 2월 인도분 기준으로 서부텍사스중질유가 배럴당 33달러를 넘어서 한해 전에 비해 65% 오른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전 위협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베네수엘라 사태가 겹치고 있는 것이 현재로선 최대의 문제라면서 그 파급 효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로버트 에델 연구원은 "베네수엘라의 석유공급 감축 효과가 (미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면서 "이런 판국에 이라크전까지 터지면 그 파장이 더 확산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연합뉴스)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