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글로벌대담] (2) 윌리엄 니스캐넨 <美 케이토연구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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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세계 경제는 어떤 모습을 보일까요.
중요하게 부각될 경제 이슈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습니까.
"케이토 연구소는 경제 전망을 하는 기관이 아니어서 구체적인 전망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언론이 우려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미국이 겪은 경기침체는 그 기간이 어느 때보다 짧았습니다.
미국의 노동생산성도 아주 높습니다.
실업률이 6%로 높아진 게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92년에 겪었던 일자리 없는 성장과 비슷합니다."
-일본은 장기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향후 전망도 어둡게 보십니까.
"일본은 유능한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잠재력은 큽니다.
하지만 정부가 좀더 적극적인 금융완화 정책을 펴지 못한 게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금융과 산업이 너무 오랫동안 유착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김대중 정부의 경제운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새로 들어서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정책권고까지 함께 해 주십시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 회복은 고무적이었습니다.
미국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 산업을 보십시오.대단히 활발하지 않습니까.
사실 저는 한국을 방문해 본 적이 없어 새 정부에 대한 정책권고를 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유능한 인재를 붙잡아둘 수 있는 창의적인 대학 시스템을 만드는 일입니다."
-경제 정책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케이토 연구소의 기본철학은 자유시장과 작은 정부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한국 정부는 기술혁신이나 외국기업과의 경쟁으로부터 국내산업을 보호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의 월마트나 홈데포(주택수리전문 대형 할인점) 같은 소매업체의 혁신을 보십시오.그런 혁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국내기업이 외국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국내산업에 대한 보호막을 걷어내야 합니다.
세제면에서는 세금을 매기는 대상을 넓히되 세율은 낮춰야 합니다."
-미국의 새 경제팀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존 스노 재무장관과 스티븐 프리드먼 경제수석은 어려운 일을 맡게 됐습니다.
그들은 백악관이 이미 결정한 경기부양책에 기여하지도 않았으면서 그 정책을 홍보 선전해야 하기 때문이죠.사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추가 감세안은 글렌 허바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미 물러난 래리 린지 경제수석이 주도적으로 만들었고 찰스 스왑 회장이 거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미 결정된 정책의 홍보 책임자로 스노 장관과 프리드먼 수석이 새로 들어온 것입니다.
그들이 이 정책을 국민들에게 얼마나 호소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지가 첫 시험대가 되겠죠."
-경기부양을 위해 감세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감세정책은 장기적 세제개혁 차원에서 보면 바람직한 면이 있습니다.
부시 행정부가 결정한 감세정책은 배당소득세 감면,기업 투자를 부추기기 위한 감가상각 촉진이 주를 이루고 있죠.더 있다면 2001년 시행한 감세조치의 시한을 폐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정책들이 경기부양을 위한 단기 재정정책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는 보지 않습니다.
문제는 정치인들의 자세입니다.
그들은 당장 효과를 보는데 치중하고 있습니다."
-경기부양을 위한 감세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재정적자가 위협받지 않겠습니까.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는데 대해 우려도 많은데요.
"3가지의 경우 재정적자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봅니다.
첫째는 경기침체기입니다.
이 경우에는 정부가 경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을 동원하게 되고 장기적인 균형을 찾아가면 됩니다.
두 번째는 국가의 근본체제를 위협하는 전쟁위험이 있을 때도 전쟁에 필요한 재원조달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 번째는 후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대규모 자본투자(사회간접시설)가 필요한 경우 적자를 두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많은 나라들이 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법인세율 인하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외국기업들 중심으로 세율인하를 요청하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업수익에 대한 세금과 관련해 가장 큰 문제는 배당소득에 이중과세가 된다는 것입니다.
기업 이익에 대한 세금과 배당에 대한 세금을 동시에 물리기 때문에 기업들은 이자에 대해 손비처리가 되는 금융기관 빚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습니다."
-한국도 배당소득에 이중으로 과세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미국처럼 배당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거나 감면해야 한다는 논의는 많지 않습니다.
"학자들 사이에는 그런 논의가 있을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이 모두 세율을 낮추는데 한 나라만 그대로 있다면 그 나라의 통화가치는 싸지게 됩니다.
통화는 투자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이죠."
-미국의 '강한 달러'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환율에 대해 특별한 정책을 갖는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달러가치는 미국과 다른나라 경제의 상관관계에서 저절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엔-달러 환율이나 유로-달러 환율에 적정한 수준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곤란하죠."
-일부 기업의 회계부정 스캔들로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홍역을 치렀습니다.
기업인들의 행동이나 제도면에서 스캔들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우선 세제면에서 법인세율을 낮추고 40~50%나 되는 배당소득세도 20%인 자본이득세(유가증권 및 부동산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 수준으로 인하해야 합니다.
또 경영진에게 스톡옵션 (주식매입선택권)을 남발하는 것도 막아야 합니다.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각종 규정이나 법원판결이 지나치게 기업가를 보호하는 쪽으로 치중돼 왔습니다.
회사의 부(富)가 종업원에서 기업가로 이전됐다는 얘기입니다.
포이즌 필 (Poison Pill: 적대적 인수합병을 막는 장치),그린 메일(Green mail: 경영권을 담보로 보유주식을 비싸게 파는 행위)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런 정책을 고쳐 주주를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합니다."
-1998년 디지털 시대의 정책 가이드가 될 수 있는 책을 펴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디지털시대의 정부 역할에 대해 말씀해주시죠.
"디지털 시대는 정부가 시장을 찾아가게 마련입니다.
우선 정부는 같은 산업분야의 기업들이 기술적 표준을 정하도록 허용해야 합니다.
정부는 기업들이 협약에 의해 그런 표준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조금 느슨해질 필요가 있습니다."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