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 90년대 누린 장기호황은 80년대 레이건 행정부 때 이뤄진 규제완화의 효과 때문이라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규제개혁은 각 경제주체들이 여러가지 비용을 줄이고 보다 활력있게 움직이게 해준다. 미국 영국 등 대부분 선진국들이 지난 수십년간 규제개혁을 핵심정책으로 추진해온 것은 그것이 경제를 일으키는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규제완화도 규제개혁기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규제개혁 정책을 수립하고 신설 규제를 심사하며 기존 규제 정비업무를 맡는 전담 조직이 있다. 미국에서는 기획예산처의 정보규제실(OIRA)이 규제개혁을 담당한다. OIRA는 실무기구로 각 부처에서 신설하는 규제가 대통령 명령을 지킨 것인지 심사한다. 영국은 수상실의 실무기구인 규제심사국(RIU)이 규제개혁을 담당한다. 지난 86년 설립 당시엔 노동부 산하였지만 상공부를 거쳐 지금은 수상실로 이관됐다. RIU는 신설규제 심사와 기존 규제의 개혁, 그리고 규제장관회의와 민간인들로 구성된 규제 품질자문회의 사무국 역할을 한다. 영국에선 특히 지난 2001년 규제개혁법이 제정돼 의회의 승인을 얻으면 각 부처가 규제관련 법령을 일괄 정비할 수 있게 됐는데 RIU는 이 과정에도 간여한다. 캐나다는 수상실의 추밀원(Privy Council)에 있는 규제심사국(RAOIC)이 신설 규제를 심사하고 경제장관회의의 규제정책 수립업무 등을 지원한다. 이들 규제개혁기구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은 규제영향평가(regulatory impact analysis:RIA) 등의 방법으로 규제를 심사해 도입 여부를 결정하거나 심사결과를 장관회의에 보고하는 식이다. 이들 규제개혁 선진국들은 규제 숫자를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규제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똑똑한(smarter)' 규제를 만들려고 노력한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미국에서는 과학자들을 규제심사관으로 기용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투입하고 있다. '엉터리' 규제를 전문적인 식견으로 골라내기 위해서다. 규제개혁을 정부개혁과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미국 규제개혁업무를 맡고 있는 기획예산처는 애초부터 정부 혁신을 추진하던 기구다. 영국은 수상실에 규제심사국과 함께 공공개혁국(OPSR)을 같이 두고 수상실의 책임아래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선진국 가운데 일본과 독일은 상설 규제개혁기구를 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운영되는 임시기구 체제를 갖고 있다. 규제개혁기구만 있다고 저절로 규제가 혁파되는 건 물론 아니다. 국정최고책임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스템에 의해 움직인다는 미국에서도 클린턴 정부 당시 OIRA는 연평균 2건의 신설규제를 반려했다. 공화당 부시 대통령이 집권하자 OIRA는 1년간 20건의 규제를 철회시켰다. 권영설 경영전문기자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