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놓고 한바탕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석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10분께 기자실에 들러 최고위원회의 브피핑을 마친 뒤 "한가지 추가할 게 있다"며 지난해 조사한 여론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당에서 공식적으로 의뢰한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문 대변인은 20여분이 지난 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나타나 "발표가 잘못됐다"며 "여론조사는 선대위의 이상수 총무본부장(당시) 개인이 의뢰해 조사한 것"이라고 수정했다. 그리고 난 뒤 5분 후 문 대변인은 다시 기자실을 찾아 "여론조사는 선대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정정했다. 25분 사이에 조사주체를 놓고 몇차례 오락가락한 것이다. 여론조사를 의뢰한 주체를 놓고 이처럼 혼선을 빚은 이유는 조사내용 중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 투표한 이유'라는 설문내용 때문이었다. 중복응답이 가능한 조사에서 '국정운영을 잘 할 것 같아서'(90%)와 '사람이 좋아서'(69%) 등의 응답은 높게 나왔다. 문제는 '민주당이 좋아서'라는 응답이 23%로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37%)보다도 낮게 나온 게 화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대선 후 민주당의 역할을 놓고 주류와 구주류가 "민주당이 기여한 게 없다"(주류),"민주당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구주류)고 갑론을박해온 터다. 이런 상황에서 이같은 조사결과는 신주류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었다. 더구나 발표를 지시한 사람이 신주류의 핵심인 이상수 총장이었다. 구주류의 핵심인 한화갑 대표는 이날 보고를 받자마자 "최고위원회의에 보고조차 안된 문건을 당 공식 조사로 발표할 수 있느냐"고 질책하면서 제동을 걸었고 두 차례나 발표를 번복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날의 해프닝은 당내 신주류와 구주류가 갈등관계를 유지하며 공존하는 '한 지붕 두 가족'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노무현 당선자를 중심으로 국민통합을 이뤄야 할 민주당이 당내화합을 이루는 단계에서부터 잡음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재창 정치부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