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을 앞둔 서울 서초구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다양한 문제집과 교재를 꺼내놓고 문제풀이 여념이 없다. 수학문제집부터 영어사전까지. 한 학생은 카세트테이프를 꺼내 듣기평가 연습을 하고 있다. 뒷자리의 몇몇 학생들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자율학습 시간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2학년 경제수업 시간의 모습이다. "경제과목이 대학입시에서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학생들의 경제과목 기피현상은 더 심각해졌습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일단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학생들은 물론 교사조차 어려워하다보니 별로 인기가 없는 편이지요." 서울 용산고등학교에서 12년째 경제 과목을 가르치고 있는 여희수 교사는 국내 경제교육의 문제점으로 난이도 조절이 어렵다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가르치기도 힘들고 수학능력평가에서도 난해한 원리나 계산 문제로 입시생들을 당황하게 만든다는 것. 때문에 경제과목은 학생들 사이에 '피해가야 할 과목'으로 꼽힌다. 국내 고등학생중 입시에서 경제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채 10%도 안된다. 사회문화(50%), 정치(15%) 등 비교적 암기하기 쉬운 과목으로 학생들이 몰리는 탓이다. 지방 고교나 저학력층의 경제과목 기피현상은 더욱 심각하다. "교과서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수업시간도 넉넉한 편이고요. 하지만 관련자료들이나 사례가 부족합니다. 때문에 그래프나 도표위주의 설명이 많은데 학생들은 그래프만 보면 일단 주눅이 들죠"(용산고 여희수 교사)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부교재나 자료들이 제대로 공급이 안됩니다. 교사들이 자체적으로 신문 기사나 연구자료 등을 준비하는 경우가 다예요"(성남시 분당구 S여중 K교사) 중.고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경제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경제학 중심의 이론 교육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서울 강남구 K고교의 한 교사는 "경제가 재미있고 쉬운 과목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 한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찬밥 대우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