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뉴욕대(NYU)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학생이 얼마전 서울행 비행기를 탔다. 한국의 명문대학을 나온 뒤 유학 온 그는 미국에서 취업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했지만 끝내 안됐기 때문이다. 금융컨설팅·IT회사에서부터 일반기업체의 문까지 두드려보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그를 받아들인 회사는 없었다. 그래도 '혹시나'해서 이력서를 헤드헌터업체에 남겨놓고 서울로 돌아갔다. 뉴욕지역 유일의 한국계 헤드헌터업체인 HR캡(www.hrcap.com)에는 이런 학생들이 놓고 간 이력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HR캡 김성수 사장은 "몇년전까지만 해도 미국 유명 경영대학을 나오면 3분의 1정도는 미국업체에 취업이 됐는데 지금은 그 비율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뉴욕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삼성 LG 등 한국계 상사들에서 극히 일부 수요가 있지만 이곳 취업도 하늘의 별따기란 소리가 나올 정도다. 취업이 어려운 건 한국학생들만이 아니다. 유명 경영대학원의 30∼40%를 차지하는 외국계 학생들 대부분이 취업에 애로를 겪고 있다. 취업이 힘든 이유는 경제가 어렵기 때문만은 아니다. 9·11테러 이후 까다로워진 외국인 규제가 결국 MBA시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뉴욕대 경영대학원 취업지도담당자는 "대부분 기업들이 체류비자를 보증해줘야 하는 외국학생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얘기한다"며 "사정이 이러니 학교측에서도 외국학생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고 말한다. 물론 외국학생들의 취업을 위해 애쓰는 경영대학원도 있다. 취업률이 높아야 계속해서 좋은 신입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트머스 경영대학원에선 학생들의 국적에 맞게 취업을 알선해주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었고,윈스턴샐럼 경영대학원은 고용주들에게 외국학생들을 스폰서해주는 것이 얼마나 쉽고 비용이 적게 드는지에 대해 적극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대학들은 이런 노력 대신 앞으로 외국계 학생들의 입학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올해부터 미국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만 MBA 유학길은 점점 좁아질 것만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