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후 10년만에 공부를 마치게 돼 시원섭섭합니다.하지만 사회에 나가 활동할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설레고 기대감도 큽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와 의과학 학제(學制),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기계공학과 등 2개 학교 3개 과에서 오는 2월 박사학위를 받는 김병준씨(29)는 전화인터뷰에서 "욕심을 부리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됐다"며 이같이 소감을 밝혔다. 3개의 박사학위를 동시에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KAIST 기계공학과와 의과학 학제 전공에서 박사 과정을 밟던 그는 1998년 봄 프랑스 정부의 파스퇴르 장학금 수혜자로 선정돼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 기계공학과 국제공동학위 프로그램에 입학했다. KAIST가 98년 처음 도입한 국제공동학위제는 서로 다른 국가의 2개 대학이 각각의 학위수여 규정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부수적인 요구조건을 충족시킨 학생에게 공동으로 학위를 주는 제도다. 그는 KAIST에서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활용되는 '표면측정을 위한 광학 레이저 측정장비'개발에 몰두했다. 연구기간중 20개월정도는 프랑스 국립응용과학원에서 공동연구를 수행했다. 이런 노력 끝에 그는 지난해 11월27일 '표면측정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보상법이 적용된 광섬유 변위 센서'라는 제목으로 박사 학위 논문을 발표,두 학교의 승인을 얻었다. "박사학위를 3개나 딴다는 게 겉보기엔 화려해 보이지만 고생도 많이 했습니다.특히 프랑스 박사학위 취득은 생각보다 까다로워 애를 먹었습니다." 1988년 대전과학고를 수석으로 입학,2학년을 마치고 KAIST에 진학한 그는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다 1학년 2학기를 휴학하는 등 방황의 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길을 통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된 그는 복학후 7학기 만에 1백73학점을 이수하고 석사 과정을 무시험 입학했다. 그가 학부 시절 세운 7학기 1백73학점 이수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김씨는 "여러 기업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며 "박사학위 취득 후 기업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뒤 글로벌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