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에서는 기업경영권을 아들이 아닌 딸에게 물려주는 사례가 급속히 늘고 있다. USA투데이 인터넷판은 7일 밥슨 칼리지가 3만5천개 가족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인용,4년 전만 해도 딸이 기업 후계자가 되는 경우는 10%도 안됐지만 최근에는 25%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USA투데이는 "성별 구분 없이 자질을 가진 자식이 대권을 승계한다는 합리적 사고가 보편화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팀워크식 조직에는 여성이 더 적합=현대적인 기업조직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이 기업전문가들의 일반적 견해다. 과거 위계질서를 따졌던 군대식 조직에서는 남성의 강한 리더십이 필요했지만 자유로운 의견교환과 팀워크가 중요시되는 현대식 조직에는 여성이 더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후계자를 정하는 부모 세대들의 의식 변화도 큰 요인이 되고 있다. 10여년 전만 해도 무남독녀에 한해 후계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누가 더 경영자 소질을 갖췄느냐에 따라 승계자가 결정된다. 경영자가 되기 위한 여성들의 노력도 또 다른 요인이다. 1980년만 해도 경영학과를 졸업한 여성은 전체의 34%에 지나지 않았으나,최근에는 50%에 달한다. ◆유력 여성 후계자=아비게일 존슨(41)은 부친이 경영하는 피델리티 펀드의 자회사를 맡아 뮤추얼 펀드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펀드 매니저 경력을 쌓으면서 최고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만큼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래디슨 호텔 체인과 외식업체 TGI 프라이데이를 소유한 미국 칼슨 그룹의 메릴린 칼슨 넬슨 회장(63)도 포천지가 매년 선정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의 고정 멤버다. 그는 부친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페인웨버 증권에서 2년간 애널리스트로 활동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경영하는 칼슨 그룹의 간부 중 40%를 여성으로 채워 눈길을 끌고 있다. 이밖에 워싱턴포스트지를 40여년 간 경영하며 유력 언론으로 자리잡게 한 고 캐서린 그레이엄 회장,지난 99년부터 LA 레이커스 농구단의 부사장으로 있는 제니 버스 등이 있다.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