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8일자) 국정과제, 문제는 '어떻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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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 △참여복지와 삶의 질 향상 등 새정부가 추진할 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들로서,나름대로 고심한 결과임에 틀림없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거론되는 국정과제가 너무 추상적이니,피부에 와닿게 구체화 해달라"고 주문해 예정보다 하루 늦게 발표됐다는 사실만 봐도 그렇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국정과제가 무엇이냐가 아니라,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는 점이라고 본다.
물론 앞으로 이들 과제들을 실천하기 위해 각계각층의 활발한 논의가 이어질테니,기대를 갖고 향후 추이를 좀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역대 정부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국정과제의 실천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으며,때로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 적도 없지 않은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먼저 그같은 실패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철저하게 따져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마땅하다.
과거 국정운영 실패의 원인은 편중인사 부정부패 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데 있어서 균형감각을 잃은 탓도 크다고 본다.
기업 금융 노동 공공 등 4대부문 개혁을 추진한 현정부의 경우만 봐도 이같은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과 금융계의 구조조정을 일방적으로 주도한 정부가,정작 자신을 포함한 공공부문의 개혁에는 소극적이었으니 그같은 정책추진이 설득력을 갖기 힘든 게 당연하다.
이점에서 볼때 이번 인수위의 국정과제 선정에 대해서도 비슷한 우려를 떨치기 어렵다는 게 우리의 솔직한 심정이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만 해도 그렇다.
말로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하지만, 자칫 경제시스템 개혁이 기업활동에 또다른 족쇄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동북아경제 중심국가 건설'도 마찬가지다.
이렇다할 부존자원이 없고 중국경제의 급부상을 감안할 때 우리경제가 이쪽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에 대해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기업하기 좋게 각종 규제를 과감하게 풀고 시장자율에 맡겨야 하는데, 최근 인수위측에서 흘러나오는 개혁발상들을 보면 실제로는 정반대로 가는 것 같은 감이 없지 않다.
정책은 서로 상충되게 마련이고,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우선순위를 가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수위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