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재경부 등 각 부처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등 본격적인 정권인수 활동에 들어갔다. 인수위는 앞으로 5년간 한국경제를 이끌어갈 새 정부 정책의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인수위원들중 일부는 향후 청와대 또는 각 부처의 요직을 맡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인수위 위원들은 누구인가.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진보적인 색채가 지나치게 강하고 실무경험이 없어 '미숙함'을 드러낼 이상론자들인가, 아니면 21세기 한국호(號)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선구자들인가. 인수위에 참여하고 있는 '노무현 브래인'들이 그동안 집필한 저서와 논문 등을 통해 향후 5년간 노무현 정부가 걸어갈 '좌표'를 미리 살펴본다. ----------------------------------------------------------------- ◆ 의존적 압축성장이 불평등 초래 이정우 경제1분과 간사는 진보적인 색채가 강한 경제학자다. '성장과 효율'보다는 '분배와 평등'을 강조하고 압축성장으로 인한 소득불균형 문제를 제기해 왔다. 한국경제에 대한 그의 시각은 종속이론에 가깝다. 그는 대표저서인 소득분배론(비봉출판사.1999년 개정판)에서 "종속적 발전전략이 다년간 추진된 결과 불평등뿐만 아니라 경제의 대외적 종속에서 오는 주변부적 불평등이 (한국사회에) 중첩"됐다고 주장했다. 재벌에 대한 인식도 부정적이다. "(우리나라의) 재벌들은 정부의 각종 특혜와 지원에 힘입어 아주 단기간에 면모를 일신한 벼락부자라고 할 수 있다. 분배적 정의의 원리에 비춰 볼 때 (재벌이)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고 비판했다. ◆ 분배 중시 성장론 이 간사는 인수위원으로 선임된 후 자신을 "분배주의자가 아니라 경제발전론자"라고 말했다. 성장과 분배는 대립되는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빈부 격차는 주로 빈곤층의 부채 증가와 부유층의 부동산 소유 증가로 인해 급속히 확대됐다. 가장 효과적인 분배정의 실현과 빈곤퇴치 방안은 바로 경기변동을 완만하게 하고 건전한 경제를 유지하며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2002년 10월4∼5일 국제학술대회)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1인당 국민소득이 높아졌다고 이를 경제발전으로 볼 수 없다. 빈곤 실업 불평등 자유 등의 개선이 없으면 진정한 발전이 아니다"(한국의 경제발전 50년)는게 그의 지론이다. ◆ 인수위 내 영향력 막강 그가 주장해 온 것들은 노무현 선거공약에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자활능력이 있는 빈곤가구는 교육.훈련.고용기회를 마련해 스스로의 노동에 의해 자립하도록 최대한 지원"(소득분배론)해야 한다는 주장은 '자활지원법 제정'이라는 선거공약으로 관철됐다. 최저생계비 산출기준을 지역별·가구별 특성에 따라 달리 하겠다는 선거공약도 이 간사가 오래전부터 주장해 온 것이다. 간접세 비중이 높고 상속.증여세가 적게 걷히는 현실도 바로잡아야 한다는게 그의 확고한 소신이다. 부유층에 대한 과세 강화와 상속.증여세 포괄과세 방안도 그의 아이디어다. "한국에서는 상용직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임시직 일용직 파견직이란 이름으로 차별받는다"(한국경제신문 좌담 2002년 10월31일)는 지적은 차기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힌다. ◆ 원칙과 현실 조화에 노력 그는 합리적이고 원만한 성격을 갖고 있지만 원칙을 매우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그와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함께 다녔던 권태신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은 "클래식기타를 책으로 배우고, 당구도 책으로 익히고, 테니스도 책으로 배웠던 사람"이라며 "모든 것을 원칙대로 하는 성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요즘 '실무경험이 없는 진보학자'라는 일각의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한 듯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경제의 틀을 하루 아침에 흔들 수는 없다"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인수위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회의 진행과 조정 역할을 주로 할 것"이라며 "최대한 중립적으로 일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 약력 1950년생 경북고(68) 서울대 경제학과(72).석사(74)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83) 경북대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77년~현재)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제2분과(경제.노동) 위원(2001) 주요저서 한국경제의 이해(공저.87) 도시빈곤층 대책에 관한 연구(공저.89) 소득분배론(91) 저소득층의 생활안정과 자립대책(94) Strains of Economic Growth(미국 하버드대.96) 자치시대 새로운 삶의 질 지표의 모색(98) Combating Poverty(UNDP.98) 한국의 사회문제(2002) 주요논문 한국의 경제발전과 임금불평등(박사학위 논문.83) 불로소득, 불평등과 경제위기(92) 분배의 불평등과 경제민주화(92) 한국의 노동조합이 임금분배에 미치는 영향(94) 한국의 지역간 경제력 격차(96) 복지재정은 누구의 책임인가:중앙정부 대 지방정부(97) 한국의 노동조합과 경영참가(97) 한국의 분배문제:현황, 문제점과 정책방향(98) 교육개혁, 무엇이 잘못되었나(2001) 1997년 위기 전후의 소득분배와 빈곤(2001)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