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는 깍듯하지만 '노선'은 확고하더라." 실무보고를 위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은 한 경제부처 간부는 인수위원들과의 첫 대면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관료사회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노무현의 사람들'에 대한 성향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가운데, 부처별 실무보고가 시작되면서 '관료가 본 인수위원들'이 관가에서 화제다. 인수위원들 대부분이 대학교수 등 학자 출신인 만큼 '학자적 완고함'을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분배 중시와 개혁 등에 대한 '논리 무장'이 확고하다는게 인수위 청사를 다녀온 관료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개혁과 분배라는 틀에서 벗어나 있다 싶은 정책이 나오면 그 자리에서 즉석 토론을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 모부처 관료는 보고 도중 인수위원과 얼굴을 붉힐 정도의 '논리 다툼'을 벌였지만 서로의 이견만을 확인했다고 털어놨다. 산업자원부 간부는 "인수위원들 대다수가 자신들의 노선과 철학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는 느낌"이라며 "앞으로의 정책 조율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일부 관료들은 "인수위원들이 산업이나 경제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는 볼멘 소리도 숨기지 않았다. 이들에게 모자라는 '현실 감각'을 메우기 위해서도 정부측 실무 파견근무자를 조속히 확정해 '이상과 현실'간의 조율을 서둘러야 한다는게 관료들의 주장이다. 현실 감각이 있는 정책 실무자가 밑그림을 그리고 인수위원은 큰 정책방향을 잡아 채색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관료들의 주문에 대해 "과거 정권 때처럼 관료집단이 '학자출신 길들이기'를 벌써부터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인수위의 한 관계자는 "관료들이 '행정의 연속성'을 강조하며 인수위원들의 현실감각 결여를 문제삼는 것은 행정권력 유지에 대한 집착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일 수 있다"고 반격하기도 했다. 인수위 출범 초기부터 관료집단과 학자 출신 인수위원들간의 보이지 않는 '기세 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한 모습이다. 정한영.김용준 기자 c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