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광양에 이르는 다도해 해양벨트는 중국과 일본의 교차점에 위치하고 있다. 게다가 남태평양에서 중국 중공업지대인 황해 연안,러시아 극동 연안에 이르는 '최단거리' 항로는 우리 남해안을 거쳐가는 '코스'다. 김재철 무역협회 회장은 "연안 수심이 얕은 중국 해안이나 동북아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일본 해안도시들보다 우리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광양까지 다도해 연안 전체를 동북아 해양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긴 안목을 갖고 '그랜드 플랜'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북한과 경의선 철도 연결이 가시화됐고 러시아 등이 한반도를 관통해 부산이나 광양 등지에 이르는 '물류 루트'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양 허브 경쟁에서 배후(육지) 연계조건이 결정적으로 중요한 만큼 한국의 경쟁 여건은 이런 점에서도 유리하다. 현재 부산항이 컨테이너 처리 분야에서 세계 3위를 차지하고 있고 광양항이 연간 30% 이상 급성장하고 있지만 위기 요인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일본은 고베항을 중심으로 재충전 중이고 상하이항는 얕은 수심 문제를 기술적으로 상당히 극복하고 이미 18개 선석(컨테이너 접안시설)을 운영하면서 한국(부산 19선석,광양 8선석)을 위협하고 있다. 문성혁 해양대 교수는"해양 허브의 첫 출발은 화물을 실어나르는 부두의 경쟁력 확보에 있는 만큼 우선 여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양 경쟁력 보완 시급하다=정부는 오는 2011년까지 13조8천64억원을 투입,부산 신항에 30선석,광양항에 33선석을 만들 계획이다. 배후지는 관세자유지역에다 4천만평 규모의 부산과 광양항 일대를 경제특구로 지정해 해양 허브를 활용한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지로 거듭나게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해양수산부는 "차질 없이 추진되면 2008년 항만물류 산업의 연간 매출액이 현재 18조원에서 60조원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중국과 일본을 압도하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항은 2006년 3선석을 조기 완공할 계획이지만 경쟁항인 상하이항에 비해 가동시점이 뒤진다는 게 문제다. 상하이항은 2005년 9월께 선석을 조기 가동하면서 58선석을 2011년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일본도 첨단 항만시설로 중무장해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동희 부산항업협회 회장은 "우리 항만은 동남아의 싱가포르처럼 압도적인 1등을 하지 않으면 폭발적인 배후 공업력을 지닌 상하이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차기 정부는 위기의식을 갖고 항만은 물론 배후 인프라 구축에 있어 상하이를 훨씬 앞서 나가도록 투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운영시스템 혁신도 과제다. 이익주 부산시 기획관은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등이 함께 부두를 운영하는 항만공사를 새정부가 들어서는 올해 설립해 지자체가 해양을 관리운영하는 지방해양시대가 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항만 배후지역의 산업·문화·관광 인프라로 승부한다=해양파워의 결정판은 배후지역의 연계개발에 의해 결정적으로 좌우된다. 부산시 오홍석 경제진흥국장은 "바다에서 육지를 바라보며 산업을 육성할때"라며 "조선과 선박기자재 등 해양관련 산업에서부터 다도해지역의 관광레저개발등으로 연계개발 플랜을 범정부차원에서 마련해야한다"고 주문했다. 김재철 광주전남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부산에서 광양을 거쳐 서해까지 길게는 중국까지 크루즈산업을 육성하는 등 '동북아 해양 레저'사업도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와 경상남도,전라남도는 남해안의 해양자연과 내륙의 역사문화자원을 접속시킨 남해안관광벨트 개발을 준비중이다. 박남규 동명대 교수는 "해양허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항만의 하드웨어에서부터 인접지역의 문화소프트까지 연계되는 '네트워크'플랜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해양관광정책을 전담할 정부조직이 필요하고 해양수산부 차원을 넘어 국토정책,산업정책까지 아우르는 국책차원의 해양정책이 차기정부에서 구체화돼야한다"고 제안했다. 부산=김태현기자 hyun@hankyung.com